급정거한 시내버스 안에서 노인 승객이 넘어져 사망한 사고로 버스기사가 1심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신현일 판사는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버스기사 A씨(61·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최근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정시설에 수용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을 강제받지 않는 형벌이다. 8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 명령 등도 함께였다.
앞서 A씨는 2020년 12월30일 낮 3시쯤 서울 중구 숭례문에서 을지로입구역으로 버스를 몰다가 앞서 가던 버스가 멈추는 것을 뒤늦게 발견해 급제동을 했다. 버스는 정류장을 약 80m 남기고 시속 29㎞로 운행 중이던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하차 준비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던 71세 할머니 B씨가 반동으로 차량 앞쪽으로 튕겨나갔다. B씨는 운전석 기둥 카드기에 머리를 부딪쳐 크게 다쳤다. 대학병원에 입원했지만, 약 1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현행 교통사고처리법 제3조 1항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망·상해에 이르게 한 운전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고 보고 형사 재판에 넘겼다. 반면 A씨와 그 변호인은 "교통사고에 과실이 없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은 승용차가 아니고, 승객들을 태운 시내버스였다"라며 "앉아 있는 승객뿐만 아니라 서 있는 승객들도 있으며 수시로 승·하차가 이뤄지므로, 승객 안전을 위해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약 80m 전방에 정류장이 있었고, B씨처럼 미리 일어서는 승객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급격한 속력 변화를 미리 막았어야 한다는 취지다.
신 판사는 "피고인이 승객 안전 배려 의무 등을 게을리 한 점이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라면서도 "피해자로서도 하차 벨을 누르고 버스가 정류장에 완전히 멈춘 뒤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러한 점이 사고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A씨에게 도로교통 관련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시내버스 공제에 가입돼 일정 부분 피해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함께 참작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