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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60여 년 만의 큰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충칭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5도를 기록하는 등 유례없는 폭염이 석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강우량은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가뭄 피해가 극심합니다. 중국의 올해 폭염과 가뭄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61년 이후 가장 지속 시간이 길고 피해 범위도 넓습니다. '대륙의 젖줄'이라 불리는 양쯔강의 수위는 1865년 수위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15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중국 최대의 담수호 포양호의 면적도 3,500㎢에서 737㎢로 5분의 4가 줄어들었습니다. 9개 성의 주민 246만 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으며, 215만ha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해 올 가을 곡물 수확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전력의 80%를 양쯔강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쓰촨성은 전기가 부족해, 거리의 신호등마저 꺼질 정도로 정전이 잇따르고 주요 생산 시설도 가동을 멈췄습니다. 중국 기상 당국은 다음 주쯤 폭염이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했지만, 가뭄은 언제 해소될지 예측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중국에는 대지진 공포마저 확산하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담수호인 포양호의 면적 비교. 왼쪽은 8월 18일, 오른쪽은 7월 10일 촬영한 위성 사진

 

"큰 가뭄 뒤 대지진 온다"…'한진이론' 확산

 

"큰 가뭄 뒤에는 큰 지진이 온다." 최근 중국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격히 퍼지고 있는 가설입니다. 이른바 '한진이론(旱震理論)'입니다. 이 이론은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에도 등재돼 있습니다. 바이두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 이론은 1972년 겅칭궈라는 사람이 만든 이론으로, 겅칭궈는 중국과학기술대 지진학과를 졸업한 뒤 베이징관좡 지진전조예측소 초대 소장 등을 지냈습니다. 그의 이론은 한마디로 '큰 지진은 반드시 큰 가뭄 뒤에 온다'는 내용입니다. 규모 6.0 이상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는 지진이 발생하기 1~3년 전 가뭄을 겪은 건조한 지역이 많았고, 가뭄이 길수록 지진의 규모도 커진다는 취지입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에 소개된 '한진이론'


겅칭궈는 이론의 근거로 '지열 기원설'과 '운실효과 기원설'을 제시했습니다. '지열 기원설'은 지하 마그마의 활발한 활동으로 해당 지역의 온도가 높아져 가뭄이 발생하며, 이런 마그마의 활동은 지각을 얇게 만들어 지진이 발생하기 쉽다는 가설입니다. 때문에 가뭄 뒤에 지진이 온다는 것입니다. '운실효과 기원설'은 지표의 응력이 축적되면 라돈 가스가 방출돼 지진운을 형성하는데, 이 라돈 가스가 강우량을 줄여 지역적 가뭄을 유발한다는 가설입니다. 즉, 단층 활동으로 지진이 발생하기 전 방출된 라돈 가스가 가뭄을 불러 온다는 것으로, 이 역시 가뭄과 지진의 상관 관계를 보여준다고 겅칭궈는 주장합니다. 그는 이 이론으로 24만 명이 숨진 1976년 탕산 대지진을 예측했으며, 8만 6,000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2008년 원촨 대지진(쓰촨성 대지진)에서도 이 이론이 입증됐다고 바이두 백과사전은 서술했습니다. 이 두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 해당 지역에는 실제로 큰 가뭄이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큰 가뭄 뒤 3년 안에 대지진 발생 확률 84.8%"


최근 중국의 가뭄이 워낙 심한 터라, 이 이론에 근거해 지진 발생을 우려하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가뭄이 심한 쓰촨성 루저우시에서 지난 25일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한 것도 이런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큰 가뭄 뒤에 정말 큰 지진이 일어나느냐'는 게시물이 급증했고, '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하의 많은 열에너지가 방출돼 비정상적인 날씨를 유발한다', '가뭄으로 강수량이 줄면 지하 수위가 변해 단층대의 활동을 가속화한다'는 논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역 중 앞서 가뭄이 든 사례가 소셜 미디어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한진이론'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용해, 큰 가뭄이 든 뒤 3년 안에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84.8%에 달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26일 오후 '큰 가뭄 뒤에 반드시 큰 지진이 발생합니까? 믿을 수 있습니까?'라는 검색어가 바이두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 '큰 가뭄 뒤에 반드시 큰 지진이 발생합니까? 믿을 수 있습니까?'라는 검색어가 검색 순위 상위에 올라 있다.

 

관영 매체들 진화 나서…"가뭄·지진 인과관계 없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가뭄과 지진의 데이터가 어느 정도 일치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나아가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한진이론'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한진이론에선 가뭄이 발생한 건조 지역과 규모 6.0 이상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상관 범위를 25만 2,000㎢로 정의했는데, 이는 넓어도 너무 넓다고 펑파이는 지적했습니다.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의 면적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고 했습니다. 이 이론대로라면 어떤 도시에서 큰 가뭄이 발생한 뒤 283km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도 논리가 입증되는 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한진이론'이 제시한 가뭄과 지진의 상관 범위가 너무 넓다고 지적했다.


'가뭄 후 1~3년 후'라는 조건도 문제 삼았습니다. 펑파이에 따르면, 2008년 대지진이 발생한 쓰촨성 원촨의 경우 1900년부터 2013년까지 114년 동안 여러 차례 큰 가뭄이 들었습니다. '가뭄 후 3년'이라는 조건을 적용하면, 114년 중 58년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펑파이는 지적했습니다. 한진이론대로라면 지진이 발생해도 몇 차례 더 발생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펑파이는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 1900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 본토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142차례 발생했는데, 이 중 1~4년 전에 가뭄이 들었던 때는 79회로,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고 적었습니다. 적어도 84%는 아니라는 겁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중국 지진국은 "지진과 가뭄 사이에 필연적인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진의 발생은 가뭄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이상 기후에 대륙의 14억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셈인데, 한진이론이 다시 한 번 입증될지, 중국 관영 매체와 기상 당국의 '바람'이 맞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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