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여행자, 유럽행 비자 받기 어려워진다…EU, 간소화협정 중단

by 민들레 posted Sep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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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외교안보 대표 "아무일 없는 양 유럽서 여가·쇼핑 즐기는 러시아인들 막아야"
우크라·동유럽 주장 'EU 비자발급 전면 중단'은 독일·프랑스 반대에 불발

 

러시아 관광객들의 유럽행 관문이 되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 공항



유럽연합(EU)이 지난 달 30∼31일 체코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러시아 여행자에게 적용해 온 EU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 간소화 조치를 중지키로 했다.

여행용 비자 발급이 지금까지에 비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휴가를 즐기거나 쇼핑 등을 위해 유럽을 드나드는 러시아인들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EU 회원 27개국의 외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러시아와 맺은 비자 발급 간소화 협정의 중단을 발표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 차원에서 외무장관들과 협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EU의 이번 조치는 회원국들이 러시아 국민을 상대로 좀 더 손쉽게 입국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러시아 비자 신청자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과 노력은 더 커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행 비자 발급 간소화협정에서는 기본 비자 발급 비용 35 유로(약 4만7천원), 비자 신청 후 10일 내 발급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이런 조항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보렐 고위 대표는 7월 중순 이래 러시아에서 국경을 넘어 EU로 들어오는 사람 수가 현저히 증가했으며, 이는 "인접 국가들에 안보 위험"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조치로 러시아 여행객들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이 상당한 정도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년부터 발효된 러시아인에 대한 EU 비자발급 간소화 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2월 25일부터 사업가나 정부대표, 외교관에 대해서만 효력이 정지됐을 뿐, 일반 시민들에게는 계속 적용돼 왔다.

보렐 고위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듯이 여가와 쇼핑을 즐기기 위해 다수의 러시아인들이 여행을 오고 있다"며 "EU 회원국은 (전쟁의 여파로)평시와 다르다고 느끼고 있고, 실제로 평소와 다름없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하며 이번 조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EU는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이 강하게 요구해온 러시아 여행자에 대한 EU 비자 발급 전면 중단 조처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화나누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부 장관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심장부에서 자행되는 러시아의 잔학한 공격은 러시아 시민 절대 다수의 지지 아래 이뤄지고 있다면서, 러시아 여행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할 것을 EU에 요구해 왔다.

일부 동유럽 회원국은 EU 전체를 아우르는 비자 발급 전면 중단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동유럽 차원에서라도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입장에 동조했다.

하지만, 이번 EU 회의에서 이러한 요구는 독일과 프랑스 등 EU 주축국의 이견에 가로막혀 반영되지 않았다. 독일과 프랑스는 "'푸틴의 전쟁' 때문에 모든 러시아인을 처벌하는 것은 불공정하며 현명하지 않다"면서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전면 중단에 반대해 왔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은 이날 "(비자발급 간소화 협정 중단으로)러시아인들의 EU 비자 신청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면서 "동시에 학생이나 언론인들은 입국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서방 제재에 따른 좌절감으로 '푸틴 반대'가 아닌 자칫 '반(反) EU'로 돌아서는 것을 막는 게 이번 조치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EU 외무장관은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돈바스 등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지역이 자체 발급한 여권도 인정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EU의 이번 조치는 법제화를 거쳐야 해 언제부터 발효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한편 유럽국경·해안경비청(프론텍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육상 국경을 넘어 EU 땅을 밟은 러시아인은 약 100만 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통해 들어왔고, 비자나 거주증, 또는 이중 국적 소유자였다. 이들은 EU의 제재로 거의 모든 러시아 항공기의 EU 영공 진입이 막힘에 따라 대체 경로를 통해 EU에 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베를린·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