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반 한국인 반…해변이고 호텔이고 한국인 천지인 휴양 섬

by 민들레 posted Sep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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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괌을 대표하는 투몬 비치의 풍경. 앤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관광 시장이 정상화 됐지만 아직은 한산한 모습이다. 해변에 나온 관광객의 대부분이 한국인 여행자다.


괌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여행지다. 너무 친숙해서다. 코로나 확산 전까지는 이른바 ‘물 반 한국인 반’으로 통했다. 2019년 괌을 찾은 여행객 150만 명 중 75만 명이 한국 관광객이었다.

괌의 매력은 분명하다. 너른 백사장과 쪽빛 바다, 사계절 해수욕이 가능한 온화한 기후, 청정한 자연환경, 짧은 비행시간(4~5시간) 등…. 낯설고 트렌디한 동경의 장소는 아니나 우리가 ‘휴양지’ 하면 으레 떠올리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

팬데믹 이후 안전 여행과 자연 친화 등이 여행의 주요한 테마로 자리 잡으면서 괌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장거리 여행은 그림의 떡이고, 중국‧일본으로의 개별 자유 여행까지 사실상 막힌 지금 괌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 츠바키 타워' 호텔에서 내다본 투몬 해변의 모습. 코로나 확산 전과 비교해 인적이 확 줄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괌에도 부는 럭셔리 바람

 

괌은 작은 섬이다. 면적이 제주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일찍이 집단 면역을 형성한 배경도 여기에 있었다. 괌은 지난해 7월 이미 성인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쳤고, 올 4~5월 들어 코로나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괌 관광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켤 수 있었던 이유다.

괌 관광 시장의 양대 큰손인 한국인과 일본인 중 먼저 움직인 건 한국 쪽이다.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4월 이후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7월의 경우 괌 입국자 4만1000여 명 가운데 대략 2만8000명(약 68%)이 한국인이었다.

코로나 이후 괌을 여행하는 방식은 달라졌다. 단체 관광 대신 개별 자유 여행객이 크게 늘었다. 13년 경력의 이근희 가이드는 “한국인은 늘고 있는데 단체 관광은 거의 받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각자 쪼개져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6성급 호텔 '더 츠바키 타워'의 대표 시설은 야외 수영장이다. 인피니티풀 너머로 투몬 비치가 겹쳐 보인다.

 

한국처럼 괌에서도 고급화 바람이 거셌다. 중저가 리조트보다 럭셔리 호텔의 회복세가 빨랐다. 이를테면 괌 제1의 번화가로 통하는 투몬 거리보다 6성급 호텔 ‘더 츠바키 타워’가 더 인파로 붐볐다. 2020년 새로 들어선 이래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최근 3개월 객실 가동률이 평균 70%까지 치솟았단다. 이 중에서 한국인 투숙객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상위 등급(1박 70만원 이상)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27층 클럽 라운지에서는 한국말밖에 들리지 않았다. 호텔서 만난 켄 야나기사와 총지배인은 “가족 중심 기존 리조트와 달리 우리 호텔은 커플이 주요 고객층”이라며“차별화한 휴양을 추구하는 한국의 젊은 고객과 허니문 고객에게 전략이 통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더 츠바키 타워는 괌을 대표하는 투몬 비치와 건 비치 사이 언덕에 자리한다. 인적이 사라진 두 유명 해변과 달리 호텔의 인피니티풀과 레스토랑은 늦은 밤까지 분주하고 시끌벅적했다.

 

클럽층 투숙객은 투몬 해변이 보이는 27층 라운지에서 무료로 애프터눈 티 세트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여유 있게 남부 투어 돌아볼까

 

괌 서쪽 해변의 에메랄드 밸리. 워낙 물이 맑아 스노쿨링 포인트로도 입소문이 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괌을 찾는 한국인 여행자 대부분은 섬 허리쯤에 해당하는 투몬과 타무닝 그리고 아가냐 지역에 머무르다 떠난다. 걸출한 해변과 숙소, 쇼핑 센터가 밀집해 있어서다. 요즘은 달러 환율이 치솟아 쇼핑센터에선 재미를 보는 게 어려워졌다. 대신 하루쯤 여행 동선을 외곽으로 넓혀보는 것도 방법이다. 여태 보지 못했던 색다른 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 유명 관광지보다 인적이 적어 한결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괌 드라이브는 투몬이나 아가냐에서 출발해 섬을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남부 투어가 기본이다. 남부 해변 곳곳에 걸출한 명소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이를테면 괌 서쪽 끄트머리의 ‘에메랄드 밸리’는 인생 사진을 수십장 찍고 나올 수 있는 장소다. 바닷물이 내륙 안쪽으로 들며 청록빛 잔잔한 계곡을 만들어 놓았는데, 물이 맑아 스노클링 장비 없이도 물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에도 입소문이 났는지 곳곳에 낯익은 형태의 돌탑이 쌓여 있었다.

 

지난 2일 괌 남부 '사랑의절벽' 난간에서 바다 풍경을 즐기는 한국인 관광객의 모습. 괌을 찾는 연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꼽히는 장소다.

 

남부 해안 절경을 담을 수 있는 ‘세티 베이 전망대’, 스페인 점령 시절의 흔적이 서린 ‘솔레다드 요새’, 괌 최남단 ‘메리조 마을’도 훌륭했다. 육중한 호텔과 리조트가 점령한 투몬 비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평온함이 가득했다.

마지막 목적지는 괌을 상징하는 관광 명소 ‘사랑의 절벽’.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보다는 하트 모양 자물쇠가 촘촘히 매달린 난간이 더 눈에 들어왔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전 세계 연인들의 자물쇠 너머로 괌 바다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여행정보

괌은 코로나 관련 검역 절차를 대부분 폐지했다. 국내서 새로 PCR 검사를 받을 필요 없이, 백신접종증명서(영문)만 있으면 입국할 수 있다. 야외는 물론 식당‧호텔‧쇼핑몰 등 실내 시설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백신접종증명서를 휴대하지 않아도 좋다. 지난 3일부터 입국 전 코로나 검사 의무도 사라졌다(입국1일차 PCR 검사 의무는 유지). 인천과 부산에서 괌을 향하는 직항편이 하루 많게는 5회까지 뜬다. 투몬~스페인광장~에메랄드밸리~솔레다드요새 등을 거치는 남부 투어는 4인 기준 대략 250달러(약 34만원)이 든다.

 

아가나 대성당 앞 스페인광장 포토존 앞에 한국인 여행자들이 사진 촬영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