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덮친 폭염과 가뭄, 와인 생산 타격
시칠리아 당국의 행정 무능과 맞물려 와이너리 '물 부족 SOS'

 

편집자 주 =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기의 수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북미, 유럽, 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글로벌 특파원망을 가동해 세계 곳곳을 할퀴고 있는 기후위기의 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 기후재앙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현장을 취재한 특파원 리포트를 연중기획으로 연재합니다.


 

건포도처럼 쪼글쪼글
(시칠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서쪽 끝 트라파니 지역에 위치한 포도밭. 가뭄에 강하다는 네로 다볼라 품종이 최근 계속된 폭염과 가뭄 속에 바짝 말라 있다. 2022.9.5 [email protected]



(시칠리아[이탈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서남부 섬 시칠리아의 포도밭에서 만난 안토니오 풀리지 씨는 적포도 두 송이를 딴 뒤 한 손에 하나씩 건넸다.

하나는 잘 익은 포도가 알알이 박혀 있었고, 다른 하나는 알이 대부분 쪼글쪼글하고 크기도 작았다.

직접 들어보니 무게의 차이도 확연했다. 잘 자란 포도송이는 묵직한 느낌을 줬지만, 수분이 부족해 바짝 쪼그라든 포도송이는 안타까울 정도로 가벼웠다.

풀리지 씨는 "이 무게의 차이가 바로 농부들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송이씩 손에 움켜쥐고 힘을 줬다.

건포도에 가까운 상태로 변한 포도송이에선 즙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성한 포도송이는 힘을 주자마자 과즙이 손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폭염과 가뭄이 남긴 상처
(시칠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서쪽 끝 트라파니 지역에 위치한 포도밭. 안내를 맡은 안토니오 풀리지가 작고 쪼글쪼글하게 변한 포도송이(왼쪽)와 성한 포도송이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다. 2022.9.5 [email protected]



5일(현지시간) 찾은 시칠리아섬의 서쪽 끝 트라파니 지역에 있는 와인 농장은 시칠리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타들어 가고 있었다.

총 세 곳을 방문했는데, 모두 시칠리아 최대 와이너리 중 하나인 콜롬바 비앙카가 소유한 포도밭이다.

이탈리아어로 '흰 비둘기'를 뜻하는 콜롬바 비앙카는 오가닉(유기농) 와인으로 유명한 와이너리다.

이 와이너리가 시칠리아 전역에 걸쳐 소유한 전체 6천800㏊ 포도밭 가운데 1천847㏊에 이르는 유기농 포도밭이 트라파니 지역에 집중돼 있다.

자연 친화적인 재배 방식을 고수하기에 시칠리아를 넘어 유럽 전체를 덮친 최악의 폭염과 가뭄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매달린 채로 건포도 된 포도송이
(시칠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서쪽 끝 트라파니 지역에 위치한 포도밭. 시칠리아의 뜨거운 태양에 노출된 청포도가 매달린 채로 건포도가 됐다. 2022.9.5 [email protected]



첫 번째 방문한 포도밭에선 청포도 품종인 그릴로를 재배하고 있었다.

그릴로 재배 포도밭은 성한 포도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포도송이 중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된 쪽은 줄기에 매달린 채로 건포도가 됐다.

포도알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갈색으로 변했고, 누렇게 변색한 포도 잎사귀는 손으로 만지자 바스락거리며 부스러졌다.

다음으로 방문한 포도밭에선 시칠리아의 대표 토종 레드 품종인 네로 다볼라를 재배하고 있었다.

시칠리아의 어느 토질에서나 잘 재배된다는 소개가 무색할 정도로 이 포도밭 역시 바짝 마른 포도송이가 매달려 있었다.
 

이른 수확
(시칠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서쪽 끝 트라파니 지역에 있는 포도밭에서 기계식 수확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22.9.5 [email protected]

 


마지막으로 들른 포도밭에선 기계식으로 포도를 수확하는 작업이 벌써 진행되고 있었다.

작업하던 니콜라 안질레라는 "이곳에 있는 포도나무는 올해 심은 것"이라며 "포도밭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수확 시기를 2주일 정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서남부에 있는 시칠리아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도 제주도의 13배나 된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뛰어난 미식 문화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과 높은 고도, 화산 토양 속에서 탄생한 시칠리아 와인은 독특한 풍미를 앞세워 최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드넓은 시칠리아 포도밭
(시칠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서쪽 끝 트라파니 지역에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2022.9.5 [email protected]



하지만 트라파니에서 만난 포도 농부는 시칠리아 와인의 미래를 걱정했다.

시칠리아에서 수십 년간 포도를 재배했다는 그는 기후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특히 해가 갈수록 높은 기온과 열대성 날씨가 이어지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3월에 비가 온 뒤로 비 구경을 하지 못했습니다. 수확 철이 가까워진 지금은 갑자기 비가 올까 봐 또 그게 걱정이에요"

73세의 자코모 트랑기타 씨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그는 "예년만 해도 한주가 더우면 한주는 시원했다"며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6월부터 더운 날씨가 쭉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9월 초였고, 오후 4시를 넘은 시각이었지만 트라파니의 수은주는 37도를 가리켰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풍력 발전기가 왜 설치됐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바람 한 점 없는 건조한 날씨였다.

시칠리아섬의 평균 온도는 지난 30년간 1도 올랐다. 최근 남부 지역 중에는 6월에 45도까지 오른 곳도 많다.

시칠리아 남동부 도시 시라쿠사는 지난해 8월 11일 낮 최고 기온이 48.8도까지 치솟아 유럽 대륙 내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세웠다.
 

말라붙은 포도밭 저수지
(시칠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서쪽 끝 트라파니 지역에 있는 포도밭 인근의 저수지가 가뭄 속에 바닥까지 말라 있다. 2022.9.5 [email protected]

 


와인 생산업자들은 기온 상승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수확량은 줄어들지 몰라도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록적인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가뭄까지 겹친다면 품질 저하는 피할 수 없다.

특히 수령이 어린 포도나무에는 치명적이다. 뿌리가 얕아서 물을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이상 기후로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 와이너리는 가뭄에 대비해 저수지를 마련하고 물을 저장하는 등 긴급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올해 이탈리아가 70년 만의 최악으로 평가되는 가뭄을 겪었지만 유명 와인 산지인 피에몬테, 토스카나 지역의 피해가 우려한 것만큼은 크지 않았던 배경이다.
 

가뭄에 제 기능 못하는 시칠리아 트리니타 댐
(시칠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서쪽 끝 트라파니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트리니타 댐. 댐의 한쪽 수문까지 물이 차지 않을 정도로 수위가 낮은 상태다. 2022.9.5 [email protected]

 

 

하지만 시칠리아는 달랐다. 콜롬바 비앙카의 레오나르도 타스케타 회장은 올해 와인 생산량이 평년 대비 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뭄도 가뭄이지만 시칠리아에 있는 다목적 댐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시칠리아 와이너리는 매년 상습적인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시칠리아 언론에선 6월 당국이 댐 안전 점검을 이유로 저장한 물을 바다로 방류하자 소중한 물 자원을 아무 계획 없이 허비하고 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타스케타 회장은 "시칠리아의 연간 강우량은 적지 않다"며 "내린 비를 잘 저장했다가 가뭄 때 활용하면 되는데 댐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기후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심한 폭염과 가뭄이 덮칠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타스케타 회장은 "가뭄에 더 강한 품종으로 바꾸든지, 그것도 안 되면 자연적으로 내리는 비에만 의존해야 하는 포도밭은 포도 농사를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타스케타 회장에게 가뭄 피해를 덜 받도록 수확 시기를 지금보다 더 앞당기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포도 열매가 자라서 맛을 내기까지 자연은 그만큼의 시간을 요구하는 데 우리가 그 시간을 바꿀 순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칠리아 와이너리 콜롬바 비앙카의 레오나르도 타스케타 회장
(시칠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트라파니 지역에 위치한 콜롬바 비앙카의 와인 양조 공장. 이 와이너리의 회장인 레오나르도 타스케타 회장이 제조 공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2.9.5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1. "쟤 때려" 한인 선수 폭행 지시한 엄마, 결국 처벌받는다
    < 폭행 당시 모습 (좌측)과 피해자인 한인 선수 로린 함. > 지난해 말 한인 고교 선수가 미국 지역 농구 대회에서 상대 팀 선수에게 폭행당한 가운데, 관중석에서 이를 지시한 가해 선수 엄마가 결국 처벌받게 됐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6일 NBC 뉴스 등...
    등록일: 2022.09.17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53
    Read More
  2. 아르멘-아제르 충돌로 210여명 사망…푸틴 중재에도 아르멘 '시큰둥'
    아르메니아 "러 주도 CSTO, 진상조사단만 보내고 끝" 2020년 9월 27일부터 그해 11월 10일까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싸고 이어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전쟁 이후 불타던 아제르바이잔 측 칼바하르 마을 외곽 집 모습. 2020. 11. 14. ⓒ AFP=...
    등록일: 2022.09.17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27
    Read More
  3. "최소 440구 시신 나와"…러軍 철수한 우크라 이지움서 집단매장지 발견
    젤렌스키 "러시아군 범죄 낱낱이 확인해 처벌해야"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15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군으로부터 수복한 동북부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금속 탐지기로 집단매장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당국은 최근 러시아군으로...
    등록일: 2022.09.17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21
    Read More
  4. 지름 40m ‘상어 솔로대첩’ 목격…“외톨이들 번식하는 법”
    멸종위기종 ‘외톨이’ 돌묵상어 베일 싸였던 번식 정보 늦여름~가을 성체 6~23마리 모여 ‘스피드 데이트’ 지름 17∼39m 도넛 형태 둥글게 맴돌며 애인 탐색 돌묵상어들이 원통 모양을 이뤄 한 방향으로 도는 모습. 세계적으로 드물게 관찰된 이 행동이 짝짓기 의...
    등록일: 2022.09.16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38
    Read More
  5. 울어버린 미스 타이완…“중국 압력에 미인대회 참가 막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려고 대기 중인 미스 대만 가오만중./위완루 전 대만 입법의원 페이스북 캡처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미인대회 행사에서 대만 출신 미인대회 우승자가 행사장에서 참가가 봉쇄돼 눈물을 터뜨렸다고 타이베이타임스와 AFP 등 외...
    등록일: 2022.09.16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31
    Read More
  6. WHO "코로나19 대유행 끝이 보인다…사망자 팬데믹 선언 이래 최저"
    "백신·치료제 중요…각국 정부·기업·시민 나서서 종식 기회 잡아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2020년 3월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을 선언하고 있다. ⓒ AFP=...
    등록일: 2022.09.15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22
    Read More
  7. 러, 젤렌스키 고향에 미사일…우크라 "댐 터뜨려 물바다 시도"
    우크라 동부 영토수복 뒤 중부도시에 최소 7발 타격 전장과 먼 민간시설 또 정밀타격해 전쟁범죄 논란 예상 러 공격 받은 우크라이나 수력 시설 우크라이나 반격에 몰린 러시아가 14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에 순항 미사일...
    등록일: 2022.09.15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3
    Read More
  8. '2천760만 팔로워' 거느린 21세기 패션 아이콘, 伊총선 참전
    2017년 포브스 선정 '패션 인플루언서' 순위 1위 '지지율 1위' FDI 대표 조르자 멜로니와 반대 입장 표명 이탈리아 패션 인플루언서 페라그니와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투표 독려 메시지 사진=치아라 페라그니 인스타그램 이탈리아의 한 패션 인플루언서가 총...
    등록일: 2022.09.15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8
    Read More
  9. "이런 빌어먹을 잉크 못참겠어"…찰스왕 서명하다 짜증 폭발
    서명하는 찰스3세 (벨파스트[영국 북아일랜드] AFP=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13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인근 힐스버러성에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2022. 9. 13 [email protected]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즉위 이후 문서에 서명하는 과정에서...
    등록일: 2022.09.15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15
    Read More
  10. "건포도가 열렸다"…목마른 시칠리아 포도밭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덮친 폭염과 가뭄, 와인 생산 타격 시칠리아 당국의 행정 무능과 맞물려 와이너리 '물 부족 SOS' 편집자 주 =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기...
    등록일: 2022.09.14     글쓴이: 민들레     조회수: 2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07 408 409 410 411 412 413 414 415 416 ... 446 Next
/ 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