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린 도둑질 처벌 않는다는데…박수홍 친형은 구속, 왜 [그법알]

by 민들레 posted Sep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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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87] 동생 돈 빼돌린 형도 ‘친족상도례’ 대상일까

 

방송인 박수홍(52)씨의 매니지먼트 법인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친형 박모(55)씨가 지난 13일 구속됐습니다.
 

방송인 박수홍 [MBC 실화탐사대]


서울서부지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받는 친형 박씨에게 “증거인멸과 도주가 우려된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죠. 그는 아내와 함께 매니지먼트 법인을 설립한 뒤 동생 박수홍씨와 수익배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출연료 등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간 박수홍씨는 가족과의 분쟁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며 “지옥 자체였다”고 토로한 바 있는데요. 당시 박수홍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친형과 형수로부터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고, 친형 박씨는 횡령 의혹을 부인하는 것과 더불어 동생의 23세 연하 아내로 인해 가족 간 갈등이 불거졌다고 주장하면서 한바탕 진흙탕 다툼이 벌어졌죠.

이후 박수홍씨 측은 친형 부부가 법인 자금을 횡령하고 출연료를 개인 생활비 등으로 무단 사용했다며 결국 검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6월에는 8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냈습니다. 그러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 횡령 정황이 발견됐다며 액수는 116억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수홍씨 명의로 든 사망보험이 8개에 달한다거나 일부 보험 수혜자가 형 부부가 지분을 100% 가진 회사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단독]"박수홍 연봉 고작 2억, 친형 횡령액은 5년간 50억"

 

사진은 박수홍씨가 출연하는 MBN '동치미' 방송의 한 장면. 방송 캡처

 

관련 법률은

 

박씨 형제 사이의 재산 다툼이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과정에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는 형법상 특례 조항이 많이 언급됩니다. 가족 사이엔 도둑질을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전통적으로 개인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관습이 투영된 특례입니다. 형법 제328조 1항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에서 강도죄, 손괴죄 외의 재산범죄가 발생한 경우 형을 면제하도록 한 게 대표적입니다. 이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68년 된 오래된 규정이긴 합니다만 여전히 살아 숨쉬는 조항이죠.
 

여기서 질문

 

그런데 법원은 왜 박수홍씨의 형에 대해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고 구속영장까지 발부한 것일까요?
 

법조계 판단은

 

아까 언급한 ‘친족상도례’는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을 구현한 것으로 친족 사이의 재산 문제에는 국가형벌권 발동을 되도록 자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로마법에선 국가 대신 가장이 ‘가장권’으로 식구들에게 형벌을 내릴 수 있었는데 그런 만큼 지금의 시대와는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지만요.

박수홍씨 사건에서 친족상도례를 기준으로 한 쟁점은 2가지 입니다. ▶박수홍씨의 형이 직계가족인지 등과 ▶피해자를 ‘박수홍’씨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박수홍씨 가족이 설립한 ‘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죠.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따르면 직계가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재산범죄는 그 형을 면제합니다. 이 법의 제2항에서는 제1항의 친족관계 이외의 친족간 재산범죄에 관하여 ‘범죄 후 6개월 이내에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지만 수사기관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수홍씨 측이 직접 고소장을 낸 것이죠.

또 피해자를 박수홍씨 가족이 설립한 ‘법인’으로 전제할 경우입니다. 박수홍의 ‘전 소속사’, 즉 법인은 박수홍씨 친형과 친족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형의 구속영장에는 친족상도례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형이 법인에게 피해를 준 금액(횡령금)은 21억으로 적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수홍씨는 친형 구속 이후 “바보같지만 진실은 힘이 세다”는 소회를 털어놨다네요. 박수홍씨 법률대리인인 노종언 법무법인 S변호사는 “횡령 사유가 확실한 법인카드 무단 사용 등만 영장에 포함된 것 같다”며 “손해배상소송의 향배는 형에 대한 형사적 판단 이후 가려질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창수)는 친형의 횡령 금액을 정확히 추산하는 등 여죄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