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40m ‘상어 솔로대첩’ 목격…“외톨이들 번식하는 법”

by 민들레 posted Sep 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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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외톨이’ 돌묵상어 베일 싸였던 번식 정보
늦여름~가을 성체 6~23마리 모여 ‘스피드 데이트’
지름 17∼39m 도넛 형태 둥글게 맴돌며 애인 탐색

 

돌묵상어들이 원통 모양을 이뤄 한 방향으로 도는 모습. 세계적으로 드물게 관찰된 이 행동이 짝짓기 의식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아일랜드 돌묵상어 그룹 제공.

세계의 온대 바다 표면을 느리게 유영하며 거대한 입을 벌려 동물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돌묵상어는 다 자라면 7∼8m, 가장 큰 개체는 12m에 이르는 대형 상어이다.

고래상어 다음으로 큰 몸집을 지녔지만 성격이 유순해 보트와 다이버의 접근을 잘 허용한다. 그러나 남획으로 현재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지난 200년 동안 돌묵상어는 거대한 간과 지느러미 등을 노린 주요 어획 대상이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번식을 하는지 등 보전을 위한 필수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데이비드 심스 영국 해양생물협회 연구위원(사우샘프턴대 교수) 등은 돌묵상어가 해마다 8∼9월이면 북대서양 동부 해역에서 도넛 형태(토러스)의 무리를 지어 맴돌며 짝짓기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돌묵상어의 맴돌이 행동은 지난 40여년 동안 2∼3차례만 보고된 매우 드문 수수께끼 행동이었다.
 

바다 표면에서 거대한 입을 벌레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대형 상어인 돌묵상어의 독특한 짝짓기 행동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그레그 스코말, 미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연구자들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서쪽 해안에서 2016∼2021년 동안 수중과 드론 촬영을 통해 모두 19차례나 맴돌이 행동을 관찰했다. 행동에 참여하는 돌묵상어는 모두 성체로 6∼23마리가 모여 바다 표면에서 수심 16m에 걸쳐 지름 17∼39m의 도넛 형태로 맴돌았다.

맴돌이에 나선 상어들은 암·수가 비슷한 비율이었으며 먹이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또 암컷은 몸 빛깔이 짝짓기 때 나타나는 옅은 색으로 바뀌었다.

앞쪽 상어에 바짝 따라붙어 편대 유영하는 이 의식은 여러 시간 동안 계속됐는데 수일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암컷과 수컷은 서로 지느러미와 지느러미 또는 지느러미와 몸을 접촉하거나 몸을 돌려 배를 보여주는 등 짝짓기 준비를 알리는 행동을 했다. 이런 행동을 통해 몇 분 안에 맴돌이에 참여한 암·수 상어는 서로를 알 수 있고 여러 차례 짝짓기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돌묵상어 맴돌이의 물속 모습. 서로의 몸을 건드리며 짝짓기 의사를 타진한다. 닉 파이퍼 제공.

심스 교수는 이 협회 보도자료에서 “평소 대양에서 외톨이로 살아가는 돌묵상어가 어떻게 짝짓기 상대를 찾는지는 오랜 미스터리였다”며 “놀랍게도 이번에 짝짓기 토러스를 이룰 뿐 아니라 마치 ‘스피드 데이트’를 하듯이 수많은 상어가 잠재적인 짝을 한꺼번에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피드 데이트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잠깐씩 만나도록 하는 애인 찾기 행사를 가리킨다.

연구자들은 돌묵상어가 플랑크톤이 많은 해역에 여름 동안 모여들었다가 먹이 밀도가 줄어드는 늦여름과 가을에 걸쳐 짝짓기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사이먼 베로우 아일랜드 애틀랜틱 공대 박사는 “이번 발견으로 돌묵상어의 짝짓기 터가 아일랜드 서부 연안해역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종의 법적 보호는 물론 선박 충돌이나 해상풍력 시설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돌묵상어는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위기종’으로 올라 있으며 유럽연합과 미국, 영국을 중심으로 보호조처가 이뤄지고 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