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후 5일째…2019년 후 이란 최대 규모
공식 집계 17명 사망…민간서 31명 추정도
구금 중 심장마비…비평가 "구타 가능성"
대통령 "철저히 조사"…美 정부관리 제재
[테헤란=AP/뉴시스]9월21일(현지시간)이란 테헤란 시내에 도덕경찰에 구금된 한 여성의 죽음이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2022.09.23
이슬람 율법에 따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이 종교 경찰에 체포돼 사망한 사건이 이란에서 5일째 반정부 시위로 격화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기준 최소 17명이 숨졌다고 CBS뉴스는 이란 관영매체 보도를 인용했다.
이란에서 활동하는 한 자선단체는 사망자수를 31명으로 늘렸지만 CBS뉴스는 이 수치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위는 점차 격화되고 있다. 22일 일부 지역의 인터넷 접속이 차단됐으며, 현재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차와 물 대포 트럭 등을 파괴하고 최고지도자 이미지를 훼손하는 항의 영상이 여전히 올라온다. 일부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어 모닥불에 태우거나 머리를 자르는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위는 이란의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대로 여성이 히잡으로 머리를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된 여성이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아미니의 죽음은 치솟는 기름값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군중을 거리로 이끈 2019년 이후 이란의 최대 시위를 이끌었다.
앞서 종교 경찰은 13일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쿠르드족 마흐사 아미니(22)를 체포했다. 특수부대는 "아미니가 부적절한 복장을 입었다"고 비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미니는 그 후 3일 뒤 사망했는데, 구금 중 심장마비를 겪었다. 이에 비평가들은 멍이 들고 피를 흘린 것으로 봐서 구타를 당한 것으로 추측했다.
싱크탱크인 런던 채텀하우스 소속 이란 전문가 사남 바이킬 박사는 "이란 여성들은 1981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시행된 법에 따라 머리를 가리고 수수한 복장을 해야 한다"며 "지난 40년 동안 이란 여성들은 이 의무에 반대해왔지만, 거리를 순찰하는 도덕경찰이 여성들을 데려와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2일 아미니의 죽음 관련 철저히 조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국은 도덕 경찰을 비롯 이란 정부 관리에게 제재를 가했다고 AFP통신을 인용해 CBS는 보도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이란 정보안전부와 육군 지상군, 기타 사법기관 지도부 등이 포함됐다.
이란에서 활동하는 인권감시단과 단체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새로운 시위는 아미니가 살았던 이란의 쿠르디스탄 지역에서 전국적으로 최소 50개 도시와 마을로 확산되고 있다. 이스마일 자레이 쿠샤 쿠르디스탄 주지사는 "우리 주에서 이번주 초 3명이 사망했지만 이란 보안군의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