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후 러시아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고 AP 통신과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또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행렬이 줄을 이으면서 인근 국가로 향하는 항공편은 2배 오른 가격에도 매진됐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 보호를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구체적인 동원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규모는 전체 예비군 2500만명 중 30만명이 될 예정이다.
러시아 경찰이 21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열린 푸틴의 동원령 반대 시위 참석자를 압송하고 있다.
AFP는 이날 인권단체 발표를 인용해 러시아 24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져 최소 425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시내 중심가에 모인 시위대가 “동원령 반대” 구호를 외치다 최소 50명이 경찰에 구금됐다. 경찰은 시위가 시작된 지 15분 만에 수십 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서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의 검색이 크게 늘었다. 러시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입대를 회피하기 위한 뇌물이 성행했지만 앞으로는 더 흔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동원령 발표 후 국외 탈출 러시도 일어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의 직항편은 매진됐고, 이스탄불행 비행기표 최저가는 8만 루블(약 184만원)에서 17만3000루블(약 398만원)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수감 중인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악화, 심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시민들에게 항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동원 대상에 대학생과 징집병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동원 대상자의 채무 상환을 유예하는 지원책을 내놨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