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경찰청, 김규리씨(가명) 실종사건 재수사 계획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2019년 정상적인 일상을 뒤로 하고 갑자기 자취를 감췄던 여성 김규리(가명)씨의 실종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경찰은 이번엔 김씨의 사망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고발과 증발 - 마지막 통화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3년 전 종적을 감춘 김씨의 사건을 다시금 추적에 나섰다.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던 김씨는 미술학을 전공한 뒤 부산의 한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 업무를 하며 보통 사람의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세 남매 중 유독 온순하고 가족을 살뜰히 챙겼던 김씨는 2017년을 전후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말없이 귀가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고, 자신을 걱정한 가족들에게 짜증을 자주 내며 “간섭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결국 김씨는 “성인이 돼서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것이 없다는 게 화가 난다”는 메시지만 남긴 채 2017년 11월 신분증과 통장 등을 챙긴 뒤 집을 나갔다.
김씨의 어머니는 딸이 걱정되는 마음에 계좌로 50만원을 송금했고, 이 과정에서 김씨가 가출하기 전인 11월 7일 특정금전신탁 5000만원 환매와 은행 거래 계좌 일괄 해지 후 1억원이 넘는 잔고를 모두 인출한 것을 알게 됐다.
김규리 씨의 가족들은 "돈이 없을까봐 걱정이 되어서 현금을 입금했다. 그랬더니 계좌를 전부 해지했더라. 1억 정도가 인출된 뒤 연락이 끊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후 가족들은 김씨와의 연락이 끊기자 해운대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
가족들은 김씨로부터 “서울과 강원도에서 지내고 있다”란 문자메시지를 받았으나, 김씨의 위치 추적 결과 그는 집에서 멀지 않은 기장군에 머물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이에 가족들은 김씨가 교제하다 헤어졌던 홍모씨가 기장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하지만 홍씨는 접촉을 시도한 SBS 제작진에게 “김씨와 연락이 끊어졌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김씨의 어머니가 김씨와 재회한 것은 예상치도 못한 일 때문이었다. 김씨가 집을 떠난 후 5개월이 지난 2018년 김씨가 “어린 시절 당한 차별과 학대를 보상하라”며 어머니를 상대로 15억원의 손해배상 고소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김씨가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을 당시 그는 정체 모를 남성과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의 정체는 홍씨였다. 이뿐만 아니라 홍씨에게 제기되는 의심이 마냥 허상은 아니라는 것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김씨가 실종되기 직전인 2019년 1월 홍씨에게 210만원을 입금한 정황까지 포착됐으며 가출 전 김씨가 인출한 1억원과 가출 후 대출받은 돈 모두 홍씨의 계좌로 들어갔다.
또, 김씨가 홍씨의 카드로 ‘이민 가방’이라 불리는 커다란 여행 가방 3개를 구매한 흔적도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홍씨는 “가족 관계 때문에 고통을 겪던 김씨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뿐”이라며 “그 일 때문에 김씨 실종 후 경찰의 강압수사까지 받아야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부탁으로 자신의 빌라에 머물게 했을 뿐, 동거한 적이 없다”며 “현금을 맡아주는 대신 신용카드를 빌려줬다. 가방은 김씨가 구매했고, 마지막 통화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실제로 지난 2019년 1월에 김씨는 마지막으로 이모에게 “연락처를 바꿀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현재까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김씨의 생존 반응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씨의 마지막 행적은 2019년 1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포착된 휴대전화 발신 기록이다. 하지만 김씨는 여기서도 1분 내외의 짧은 통화만 했고, 대부분의 연락이 문자로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측은 “이것이 실제 김씨의 통화 내역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김씨의 1분 이상의 발신 내역은 홍씨와의 통화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의 가족들은 경찰청에 수사 재개를 요청했고, 부산지방경찰청은 강력범죄 수사대에 이 사건을 배정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검토하고 수사를 재개할 것을 결정했다.
현재 경찰은 김씨의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방향을 재검토하는 중이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