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러시아 베르흐니 라르스에서 조지아 국경으로 향하는 길에 차량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지아 국경으로 차량 행렬 줄지어...최대 48시간 대기
차량이 막히자 자전거 이용해 국경으로 이동하기도
러 정부 국경 폐쇄 검토 說...‘엑소더스’ 한층 심화할 듯
25일 러시아와 조지아 국경 지역에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막사 테크놀로지 위성이 촬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내려 러시아를 떠나는 젊은 남성이 급증한 가운데 국경을 맞댄 조지아를 향하는 차량 행렬이 16㎞에 달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위성 영상 업체 막사 테크놀로지에서 입수한 위성 영상을 공개했다. 이 사진을 보면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와 국경을 맞댄 조지아 북부 검문소를 통과하려는 차량 행렬이 러시아 방향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줄은 한방향으로만 이어져 있으며 반대쪽 도로는 비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국경에서 약 16㎞ 떨어진 곳까지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면서 “위성사진에 담긴 곳보다 북쪽 지역에서도 차량 정체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근 지역에서 찍힌 영상 등을 보면 수백 대의 차량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목격자들은 조지아로 넘어가기 위해 최대 48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고 했다.
러시아가 동원령을 발동하기 전인 지난 8월 22일 러시아와 몽골 국경인 캬흐타의 국경 초소를 찍은 막사 테크놀로지 위성 사진.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린 지난 23일 러시아와 몽골 국경인 캬흐타 국경 초소를 찍은 막사 테크놀로지 위성 사진.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차량이 극심한 정체를 빚자 자전거도 탈출에 이용되고 있다. 상당수의 러시아 시민이 차량에서 내려 자전거를 이용해 국경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지아 정치권에서는 비자 도입 및 국경 폐쇄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NN은 아직 국경은 열려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SNS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지난 주말 러시아 연방 소속의 북오세티야공화국 베르크니 라스(Verknii Lars) 검문소를 통해 조지아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 수백 명에 달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탈출 행렬은 핀란드·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에서 동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핀란드는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와 1300㎞ 가량 국경을 맞대고 있다. 동원령을 거부한 러시아인의 탈출 관문으로 꼽히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러시아와의 국경인 발리마(Vaalimaa) 검문소를 통한 유입 행렬이 계속되면서 주말 사이 국경을 통과한 러시아인의 수가 1만7000명을 육박한다고 CNN은 보도했다.
핀란드 국경수비대 국제담당책임자인 마티 피트케니티는 “일요일(9월25일) 8314명의 러시아인들이 국경선을 통과해 핀란드로 입국했었다”면서 “토요일(9월24일)을 포함하면 총 1만6886명의 러시아인들이 도착했다”고 말했다.
26일 징집을 피하려는 러시아 남성들이 차량과 자전거를 이용해 조지아와의 국경지대인 베르흐니 라르스 검문소로 향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징집을 피해 국외로 도망가는 행렬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를 빠져나간 남성은 26만1000명이며, 이후 수만 명의 추가 이탈자가 나왔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이르면 이번 주 동원 가능한 남자에 한해 출국 금지 조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