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대교 완전복구에 몇달…푸틴에 실질적 타격”

by 민들레 posted Oct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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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크림대교 [AP]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가 8일(현지시간) 폭발로 일부 붕괴하며 러시아군의 고질적 문제였던 보급 차질이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덴마크 교량 설계·건축 전문업체인 COWI의 데이비드 매켄지 기술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폭발 때문에 크림대교의 구조가 손상돼 완전 복구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메켄지 이사는 "상당히 큰 화재라서 교량 철골의 강도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교량 상판에 있는 강철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열을 받았을 게 거의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서방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비용, 시간, 안전에서 크림대교와 비교할 대안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다른 점령지에 군사물자를 조달하고 병력을 이동시키는 안전한 후방의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군은 크림대교의 사용이 일단 제한됨에 따라 남동부 점령지에 있는 육로를 통해 본토에서 물자를 실어나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자포리자주 멜리토폴로 향하는 철도나 도네츠크주 마리우폴, 자포리자주 베르단스크 등 아조우해 해안도시를 끼고 도는 육로 등이 선택지로 거론된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물자 보급뿐 아니라 병력 배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드리 자고로드뉴크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크림대교 붕괴로 러시아가 자국 내에서 전투 부대를 구성하고 우크라이나 배치를 위해 더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크림대교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유일한 군사보급로이기 때문에 이 다리가 없으면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일부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중인 러시아군이 보급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게 주요 서방 언론매체들의 지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다리가 크림에 대한 러시아의 핵심 보급로였을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점령했다가 최근 밀려나고 있는 다른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 대한 보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크림대교 폭발에 따른 손상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즉각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다리를 통한 통행에 지장이 생기면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능력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케이블 뉴스채널 CNN은 이번 폭발이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현재 보여 주고 있는 '나쁜 결정을 내리는 재능'을 거드는 것"이 계획의 목적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CNN은 이번 폭발에 따른 통행 중단 탓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에 관한 전략적 결정들을 내릴 때 그 시점을 예전보다 몇 주간 앞당겨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크림대교 개통을 정치적으로 십분 이용해 온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70세 생일 바로 다음날 벌어진 이번 사건을 개인적인 모욕으로 여길 공산이 크다.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푸틴은 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제정 러시아 시절을 포함해 여러 시대에 걸쳐 꿈이었고 1930년대, 1940년대, 1950년대 등에도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여러분들의 노고와 재능에 힘입어 기적이 성취됐다"고 개통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체면을 유지하고 러시아 내에서 흔들리는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강한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관측도 있다.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현재 러시아 내에서 푸틴의 입장이 2000년 집권 이래 가장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CNN은 "(푸틴 입장에서)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이 단계에서 내키지 않는 일일테고, 더 큰 도박을 하는 것이 더 쉬운 길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푸틴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판을 더욱 키울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 시도나 푸틴 정권 자체가 '완전한 붕괴'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