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 이후 러시아 남성 약 30만명이 주변국으로 탈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은 러시아와 육로로 연결된 주변국과 직항편이 열려 있는 터키 등에서 발표하거나 수집된 러시아인 입국자 수를 종합할 때, 예비군 부분 동원령 이후 전투 가능 연령대 남성 30만명이 해외로 도피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발표된 이후 러시아인 20만명이 입국했다고 보고했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다.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마지막 육로 통로였던 핀란드를 통해 유럽으로 넘어간 남성도 상당수 있었다.
핀란드는 동원령 발표 9일 만에 러시아인이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국경 당국은 입국 제한이 실시되기 전까지 EU로 넘어간 6만6천명의 러시아인 중 3분의 2는 핀란드를 거쳐 갔다고 밝혔다.
다른 EU 국가와 달리 러시아와 직항 항공편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터키의 경우 입국자 규모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젊은 러시아 남성들이 대거 탑승한 항공편 수십편이 매일 터키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발칸탐사보도 네트워크(BIRN)의 비행 데이터 분석 내용을 보면 동원령 발표 직후 며칠간 러시아인 3만명 이상이 터키로 입국했고, 같은 기간 세르비아행 비행기를 탄 사람도 1천명 이상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을 표방한 몽골은 지난달까지 약 1만2천건의 러시아인 입국이 신고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피한 러시아 남성들은 당국이 실전 경험이 있거나 전투 훈련을 받은 사람 등에 한해 징집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징집이 이뤄지자 전선 투입을 피하기 위해 현금과 옷가지 등만 꾸려 황급히 국경을 넘고 있다고 dpa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교착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지난달 21일 군 동원령을 내렸다.
2천500만명의 예비군 중 군 경험과 기술이 있는 30만명을 동원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전국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등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동원령 발동 2주만인 이달 4일까지 20만명이 넘는 병력을 징집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징집된 인원의 상당수는 힘없는 소수민족 출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올해 2월 24일 이후 러시아군 8만명이 죽거나 다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