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설’ 이란 선수, 모자 두 겹 눌러 쓰고 귀국… “바빠서 히잡 깜빡”

by 민들레 posted Oct 20,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난주 서울 스포츠클라이밍 국제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했던 이란 대표 엘나즈 레카비(33)가 19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 EPA연합뉴스

히잡을 쓰지 않고 서울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이란 여성 선수가 19일(현지 시각) 새벽 본국에 도착했다. 그는 귀국길 기자회견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도하지 않은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BBC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포츠클라이밍 이란 대표 엘나즈 레카비(33)는 이날 새벽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레카비는 검정 야구모자 위에 검정 후드티를 뒤집어쓴 채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등장하자 기다리고 있던 수백 명의 인파가 “레카비는 영웅”이라고 외치며 환영했다.

레카비는 이란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대회 당시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나선 이유에 대해 “여성 라커룸에서 대기하다 급히 경기에 나가야 했다”며 “신발을 신고 장비를 챙기느라 바빠서 히잡을 깜빡했다”고 말했다. 이어 “큰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평화로운 마음으로 이란에 돌아왔다”며 “신께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레카비는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승합차에 올랐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AP통신은 “이후 레카비가 어디로 갔는지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레카비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대회 초반 히잡을 착용했으나 결승 경기에선 히잡 없이 머리를 묶고 나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레카비가 이란 내에서 벌어지는 ‘히잡 시위’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대회가 끝난 직후 외신에선 레카비가 실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레카비가 지난 16일부터 연락이 끊겼으며 이란 당국에 의해 예정보다 일찍 강제 귀국 조치됐다는 것이었다. 의혹이 확산하자 주한이란대사관 측은 18일 “레카비는 이날 오전 다른 팀원들과 서울을 떠나 이란으로 출발했다”며 “레카비와 관련된 거짓말, 허위 정보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레카비도 같은 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정대로 팀원들과 함께 이란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며 “급히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어서 히잡을 쓰지 못했다”고 적었다. 다만 이 해명글도 레카비가 강요에 의해 작성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9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 앞에서 이란시위를지지하는 한국시민모임 관계자 등이 이란 정부의 레카비 선수 강제 귀국 조치 의혹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을 계기로 촉발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