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구팀 "녹은 빙하 속 바이러스, 야생동물 감염시킬 위험"
다음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은 박쥐나 새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빙하가 녹으면서 되살아난 바이러스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북부 헤이즌 호수서 침전물 채취하는 과학자들
캐나다 연구팀이 2017년 5월 19일 캐나다 북부의 북극권 호수인 헤이즌 호수에서 얼음에 구멍을 뚫어 바닥의 침전물 표본을 채취하고 있다. 오타와대 연구팀은 온난화로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속에 있는 바이러스가 되살아나 주변 야생동물을 감염시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대 연구팀이 북극권 호수의 토양과 침전물을 분석한 결과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바이러스와 세균들이 기후변화로 풀려나면서 야생동물들을 감염시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오타와대 스테판 아리스브로수 박사팀은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서 얼음 속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동물)를 감염시킬 위험이 빙하 녹은 물이 많은 곳일수록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나 영구동토층이 녹을 경우 속에 묻혀 있던 바이러스와 병원체가 되살아나 동물들을 감염시키고 이것이 새로운 팬데믹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16년 러시아 북시베리아에서는 폭염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노출된 사슴과 접촉한 사람들 가운데 어린이 1명이 탄저병에 걸려 숨지고 성인 7명이 감염된 바 있다. 이 지역에서 탄저병이 발생한 것은 1941년 이후 처음이었다.
아리스브로수 박사팀은 얼어 있는 바이러스의 위험을 더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캐나다 북부 북극권 최대 호수인 헤이즌 호수의 토양과 침전물을 채취하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그 속에 있는 바이러스들을 확인했다. 이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킬 위험을 평가했다.
그 결과 빙하 녹은 물이 유입되는 양이 많은 곳의 토양과 침전물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일수록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올라갈수록 빙하와 영구동토에 갇혀 있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되살아나 그 지역 야생동물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발견된 바이러스 중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얼마나 있는지, 이들 바이러스가 실제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지는 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 연구에서는 빙하 속에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지난해 중국 티베트고원의 얼음 샘플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24종 등 모두 33종의 유전물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은 2014년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분리해낸 거대 바이러스를 되살려내고 3만 년 만에 처음으로 이 바이러스를 다시 감염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리스브로수 박사는 그러나 "확실히 가정할 수 있는 것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빙하와 영구동토층 속 바이러스의 전파 위험도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하지만 이것이 팬데믹으로 이어질지 묻는다면 그 답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