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갇혀 있던 미지의 바이러스 또한 지상으로 나와 야생동물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연구가 나왔다.
최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 오타와 대학 스테판 아리스-브로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캐나다 누나부트주 엘즈미어에 있는 북극 담수호 ‘헤이즌 호수’에서 토양과 퇴적물을 수집해 분석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샘플에서 RNA와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식별해 했다. 또 이들이 지금까지 관련 없는 유기체들을 감염시킬 가능성을 알고리즘을 통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다량의 빙하가 녹은 물이 유입된 곳과 가까울수록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식별한 바이러스 중 처음 발견한 바이러스가 얼마나 있는지, 이들이 실제로 유기체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개월 내로 관련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빙하와 만년설에서 고대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일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티베트 고원의 해발 6500m의 얼음 샘플에서는 1만 5000년 전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얼음에서 33개의 바이러스가 식별됐지만 이 중 28개는 인류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다. 발견된 바이러스의 절반은 얼음이 얼어붙는 환경에서도 살아있던 것으로 추측됐다.
인류를 휩쓸었던 전염병이 사체가 녹으면서 다시 전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16년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병에 걸렸던 순록의 사체에서 탄저균이 퍼져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한 바 있다.
다만 아리스-브로소 박사는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가능성 예측이 실제로 팬데믹을 예측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지구의 환경이 바이러스가 번성했던 당시 환경과 일치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바이러스가 접해보지 못했던 인간 등 새로운 숙주와의 접점은 넓어질 수 있다.
그는 “확실한 것은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극에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실이 팬데믹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