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와 사귀려고…아내 살해한 40대男, '보살'인 척 연기

by 민들레 posted Oct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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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만난 피해자와 동거 시작
"영적 능력 뛰어나" 자신이 보살인 척 연기
장례식장에서 만난 처제…호감 느껴
결국 아내 살해한 피의자, 범행 실토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처제에게 호감을 느껴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6일 뉴스1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종문)는 지난달 29일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성 A(43)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동시에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A씨는 지난 5월 18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자택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던 4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B씨는 2019년 실내 골프장에서 알게 된 후 연인으로 발전해 곧 동거를 시작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이미지투데이)

 

 

함께 살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을 무렵 A씨는 B씨에게 ‘용한 보살’을 소개해줬다. A씨에 의하면 그 보살은 대전에서 신내림을 받았고, 영적 능력이 뛰어났다.

B씨는 평소 믿고 의지한 A씨가 소개해줬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꿰뚫어보자 자연스럽게 보살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B씨는 보살이 말하는 것들은 모두 믿고 행동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 보살의 정체는 사실 A씨였다. 그는 다른 내연녀 명의의 휴대전화로 자신이 보살인 척 지속적으로 B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B씨에게 “A씨가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고 어머니가 병환이 심각해 곧 사망할지도 몰라 A씨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을 것”, “신체 여러 곳에 ‘타투’를 해야 하고, 얼굴과 몸을 성형수술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B씨는 보살의 진짜 정체를 모르고 그가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이같은 메시지는 약 2년간 계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B씨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평소 연락이 뜸했던 가족들과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됐다.

장례식장에 참석한 A씨도 B씨 가족들과 가깝게 지냈는데,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둘째 여동생 C씨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A씨는 C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고, 모친의 사망으로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이용해 B씨에게 했던 방법으로 C씨에게 접근했다.

보살로 위장한 A씨는 C씨에게 “형부님 얼굴을 많이 보시고 가까이 하십시오”, “기대고 의지하십시오”, “내년 2월28일까지 그 누구와도 성관계를 맺으시면 안 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이 갈수록 C씨에 대한 마음이 커진 A씨는 “B씨만 사라지면 된다”는 생각에 이르러 살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 나흘 전인 5월 14일, 다시 보살 연기를 한 A씨는 B씨에게 “오늘 휴대전화를 바꾸고 큰 가방 두 개를 사라”, “그 가방에 엄청난 금액이 들어갈 것이다”, “집이 구해지면 왕비님(B씨)께서 깊은 잠에 빠져 부처님과 어머님을 보시게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 A씨는 B씨가 도주한 척 꾸미기 위해 졸피신정이 포함된 약을 처방받고 B씨 소유의 차를 팔았다.

사건 당일인 5월 18일, A씨는 B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건넸다. B씨가 잠이 들자 A씨는 B씨의 목을 졸라 그를 살해했다.

이어 A씨는 B씨의 사체를 이불에 감싼 뒤 B씨가 산 캐리어 가방에 넣었다. 이후 B씨가 사라진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B씨인 척 C씨와 그 가족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C씨와 남녀관계로 발전하기 위한 기회도 노렸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를 느낀 B씨 가족은 사흘 뒤 경찰에 B씨의 실종 신고를 했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를 체포했다.

범행을 실토한 A씨는 재판에서 “죄송하다”며 고개 숙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은 충분히 잔혹한 데다 범행 이후 태도는 기만적이고 악랄하기까지 하다”며 “피고인은 미성년자간음죄 등으로 징역 8월,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은 것을 포함해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피고인에 대한 심리 분석 결과 반사회적 성향이 관찰되고 폭력 범죄의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