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인원 150명임에도 티켓 675장 팔려…붕괴 후 140여명 사망
"일부는 고의로 다리 흔들어"…"승인 없이 재개장·당국 인지 못해"
30일 붕괴 사고로 무너진 인도 서부 보행자용 모르비 현수교.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모르비 지역에서 30일(현지시간) 발생한 현수교 붕괴 참사는 사실상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분석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당국이 구체적인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지 언론은 곳곳에서 심각한 '안전 불감증' 사례가 포착된다며 총체적인 인재라는데에 무게 중심을 싣는 분위기다.
30일 오후 모르비 지역에서는 보행자 전용 현수교의 일부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다리 위에 있던 이들이 강물에 빠졌다.
이 사고로 31일 오전까지 141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고 177명은 구조됐다고 NDTV 등 인도 매체는 보도했다.
붕괴의 직접적 원인은 다리 무게를 지탱하던 케이블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구자라트주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다리의 길이는 233m로 매우 길지만 폭은 1.25m에 불과하다.
폭이 좁고 긴 다리가 케이블에 의존해 매달린 구조라 여러 명이 올라서면 다리 바닥이 쉽게 흔들린다.
과거에 촬영된 이 다리 영상을 살펴보면 관광객이 이동할 때 다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사실상 '긴 흔들다리'인 셈이다.
[그래픽] 인도 모르비 지역 다리 붕괴(종합)
30일 붕괴 사고로 무너진 인도 서부 현수교에서 진행된 구조 작업.
이처럼 하중에 민감한 다리임에도 사고 당일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다리 위로 몰렸다.
현지 매체 리퍼블릭월드에 따르면 이 다리는 한 번에 150명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데 이날 팔린 다리 관광 티켓은 675장에 달했다.
리퍼블릭월드는 이날 사고에 대해 "인간이 만든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고 당시 다리 위에는 약 500명의 인파가 빼곡하게 몰린 것으로 추정됐다. 적정 수용 인원의 3배 이상이 한꺼번에 다리 위에 올라선 것이다.
이들은 인도 최대 명절인 디왈리 축제를 맞아 관광 명소인 이 다리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와중에 일부는 고의로 다리를 심하게 흔들거나 뛰면서 장난까지 쳤다.
사고 당일 가족과 함께 이 다리를 찾은 비자이 고스와미는 NDTV에 "일부 젊은이들은 사람들의 보행을 어렵게 하기 위해 일부러 다리를 흔들었다"며 이 행동이 매우 위험하게 느껴져 더 나아가지 않고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해 다리 관리인에게 말했지만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다리는 개통된 지 140년이 넘은 낡은 건축물이다.
이에 다리는 7개월간의 보수공사를 거쳐 지난 26일 재개장됐다. 재개장한 지 나흘 만에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NDTV는 재개장 과정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리 보수 업체가 정부 승인 없이 재개장한 후 관광객을 받았다는 것이다.
모르비 당국 고위 관리인 산디프신 잘라는 "보수 업체는 재개장 전에 세부 보수 사항을 제출하고 품질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며 "하지만 해당 업체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당국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주장이 맞는다면 보수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인 셈이다.
아울러 재개장 후 여러 날이 지났음에도 당국이 이를 인지조차 못 했다는 점에서 당국의 관리 소홀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붕괴하기 전의 인도 모르비 현수교 모습.
(뉴델리=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