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 애 낳아야" 육아 챙긴 日…한국, '역전패' 당했다

by 민들레 posted Nov 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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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29) 日 '저출산 함정' 탈출 비결

日, 출산율 반등…韓, 저출산 악몽

日, 1990년부터 장기대책 수립
결혼·임신·출산·육아 통합지원
2005년 1.26명→2015년 1.45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은 오랜 기간 저출산 고령화로 심각한 사회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다. 주요국 가운데 전쟁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인구가 줄어든 첫 번째 국가다. 일본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2011년(유엔 통계 기준)이다. 2010년 1억2813만 명에서 2011년 1억2808만 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인구가 줄었다. 일본 경제가 30년간 제자리걸음한 이유 중 하나로 인구 정체 및 감소가 꼽힌다.

일본의 인구 감소는 이전부터 예견됐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1975년 2.0명 아래로 떨어졌고, 1980년대 후반에는 1.5명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일본은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2005년 1.26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은 2015년 1.45명으로 상승했고, 코로나19가 닥친 지난해도 1.30명을 유지했다. 유엔은 일본의 출산율이 소폭 상승해 2060년대에 1.5명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일본과 정반대다.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2000년만 하더라도 한국의 출산율은 1.48명으로 일본(1.37명)보다 높았다. 하지만 2018년 출산율이 0.98명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1명을 밑돌았다. 지난해 0.81명으로 떨어졌고, 올 2분기에는 0.75명 수준으로 추락했다.

일본의 출산율이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점차 오르는 데 비해 한국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이유가 뭘까. 일본 내에서는 저출산 극복 정책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저출산 대응에 나선 것은 1990년이다.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육아수당을 늘렸다. 올해는 11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출산 및 육아 지원 정책을 통합하기 위해 어린이가족청을 설립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2006년에야 대책 마련에 나섰고, 그나마 권한 없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직만 뒀다.

 

 

30년前 '저출산 방파제' 준비…'인구 절벽'에 브레이크
일과 육아 양립할 환경 조성…고학력女 자녀 19년 만에 증가

 

일본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상승했다. 2005년 1.26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이 2015년 1.45명까지 높아졌다. 지난해에도 ‘인구절벽’을 피할 수 있는 출산율 하한선인 1.3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저출산을 당연시하는 ‘저출산율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일찌감치 저출산 대책 마련에 들어간 덕분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는 출산율이 1.53명까지 떨어진 1990년 ‘건강하게 자녀를 낳고 키우는 환경에 관한 관계 성청 연락회의’를 개최해 저출산을 국가적인 문제로 공식화했다. 2009~2019년 투입한 예산만 40조8684억엔(약 389조원)에 달한다. 지금도 매년 5조엔 이상의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쓰고 있다.

일본의 인구 전문가들은 저출산 대책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1990년부터 시작해 2006년부터 효과가 나타났으니 15년 넘게 걸린 셈이다.

일본은 장기간 저출산 극복 대책을 추진하면서 ‘초저출산의 덫’에선 일단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이를 “합계출산율이 1.3명 아래에서 3년 이상 지속되면 1.3명 이상으로 반등하기 어려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출산율이 2002년 1.3명 밑으로 떨어진 뒤 2012년 반짝 1.3명으로 올라섰다가 이후 추락을 거듭해 올 2분기엔 0.75명으로 낮아졌다. 유엔은 앞으로 일본의 출산율이 1.3명 아래로는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저출산 극복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우선 자녀를 키울 환경이 안 돼 출산을 포기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육아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예산을 집중했다. 육아수당을 월 1만엔(지역과 연령에 따라 1만5000엔)까지 늘렸다. 보육원을 늘려 대기아동(정원이 넘쳐 보육원에 못 가는 아동)을 해소했다.

첫아이를 낳은 여성이 계속 일하는 비율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직장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도 만들었다. 현재 10% 초반대인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2030년까지 30%로 높이려 ‘육아·간병 휴업법’도 개정했다.

이와사와 미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인구변동연구부장은 “고학력 여성의 취업률과 출산율이 높아지는 등 출산·육아 지원제도가 조금씩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자녀 수는 평균 1.74명으로, 19년 만에 처음 늘었다. 2010년 이후 30대에 결혼한 도시지역 대졸 여성 출산율이 특히 높았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혼인연령이 높아진 결과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인식과 반대되는 결과다.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육아환경 지원과 일하는 방식 개혁 덕분에 고학력 여성이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게 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일본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중 한 곳인 이토추상사의 여성 사원 출산율은 2021년 1.97명이었다. 2010년(0.94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토추상사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만 개선하면 고학력 여성도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혼하면 아이를 적어도 두 명은 갖는다’는 일본인의 인식도 출산율 반등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다. 일본인 부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 수는 지난 40년간 두 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출산과 육아 환경만 제대로 갖춰지면 출산율이 더 높아질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