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시 당국이 도시 전체가 완전 단수·단전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30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대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이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6일(현지 시각) 정전으로 어둠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트램 정류소에서 주민들이 서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에너지 인프라의 40%가 손상되면서 간헐적으로 전기와 물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전기 관련 시설에 공습이 집중되면서 45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지속하기 위해 병력과 무기를 집중하고 있다”면서 “특히 에너지 관련 시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언급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도 이날 우크라이나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적들(러시아군)은 키이우에 난방·전기·물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키이우는 우크라이나에서 정전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이와 관련해 로만 카추크 키이우시 보안국장은 “러시아의 공격이 지속되면 키이우는 전체 전력 시스템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 당국은 대규모 정전 사태를 대비해 난방 시설을 갖춘 대피소 1000여 곳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키이우의 300만 인구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이우 시 당국은 완전 정전 사태가 발생할 경우, 키이우 시민 전체를 탈출시킬 대피 계획 수립에 착수한 상태다. 카추크 보안국장은 NYT에 “만약 키이우 전력 공급이 차단되면, 공무원들은 최소 12시간 전에 이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며 “당국은 곧바로 시민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고 대피를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발전 시설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파울로 키릴렌코 도네츠크주 주지사는 “바흐무트시와 인근 솔레다르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들이 거의 모두 파괴됐다”며 “러시아군의 공격이 매일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바흐무트시의 경우 현재 1만5000여명의 주민들이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 업체인 우크레네르고는 전력망에 가해지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체르카시·하르키우 등 7개 지역에 순환 단전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