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울고불고 난리"…스마트폰 금지한 고교, 지금은

by 민들레 posted Nov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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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57명 작은 기숙학교 '스마트폰 금지' 두달
만족도 조사서 "걱정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아"
"수시로 오는 메시지 압박 없어 좋다" 반응도

 

미 벅스턴학교 홈페이지


스마트폰을 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며 다니는 이른바 ‘스몸비족(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이 전 세계적인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미국의 한 작은 고등학교가 10대 학생들에게서 ‘스마트폰 전면 금지’ 실험을 진행해 화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윌리엄스타운의 기숙학교 벅스턴 학교는 1년간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없애는 사회적 실험에 나서 작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벅스턴은 학생 57명으로 구성된 작은 학교다. 작은 규모의 기숙학교인 만큼 교사와 학생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학교 일을 나눠서 하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그러나 스마트폰 대중화로 이런 공동체 의식이 점차 무너졌다. ‘스몸비’ 학생들은 밥을 먹을 때도, 심지어 전화사용이 금지된 수업 시간에도 스마트폰만 내려다봤다. 방과 후에 친구들과 휴게실에 모여 앉는 일은 점점 줄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가 수개월간 문을 닫고 원격수업을 하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한 학생이 학교에서 일어난 몸싸움을 생중계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학교 측은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라는 결단을 내렸다.

올가을 새 학기부터 학생과 교사들의 교내 스마트폰 소지가 금지됐다. 대신 필수적인 통신 기능만 있는 휴대전화 ‘라이트폰’ 업체와 제휴를 맺어 해당 휴대전화를 전교생에게 지급했다. 라이트폰으로는 인터넷 브라우저나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 처음에는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존 칼라포스 교감은 “다들 울고 선생님들한테 소리를 질렀다”면서 “학부모님들 반응도 엇갈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가량 지난 지금, 학생들은 소셜미디어나 단체채팅방 없는 삶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학생들이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태블릿PC나 스마트워치를 소지할 수 있고, 노트북 컴퓨터로는 소셜미디어 접속도 가능하다.
 

벅스턴학교 교사 캐서린 핑켈스테인(오른쪽)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아날로그 사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이 학교 학생 에밀리오 부에로스트로(16)는 “영상 시청처럼 스마트폰이 없어서 짜증나는 것들이 있다”면서도 “휴대폰 화면에 항상 달라붙어 있지 않는 데 익숙해졌다.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지 않고 학교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다른 학생들을 보는 게 괜찮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인 비아 사스(18)는 폭탄처럼 쏟아지는 알림과 메시지에 답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산책이나 공부를 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도 스마트폰 없는 학교생활에 적응했다고 밝혔다. 수업 중에 교탁 아래로 스마트폰을 보곤 했던 수학 교사 아드리안 세인트존은 스마트폰 금지 후 수업에만 집중한다고 밝혔다.

학교는 1년에 걸쳐 학생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금지 정책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할 계획인데, 9월에 시행한 첫 조사에서는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진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향후 관건은 학생들이 내년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가거나 졸업해 대학교로 떠난 후에도 스마트폰을 멀리할 수 있느냐다.

애나 렘키 스탠포드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는 “테크 휴식이나 디지털 단식은 기저선 기분과 동기 부여, 에너지, 수면을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면서 “사람들이 스마트폰 사용 절제나 금욕의 장점들에 의해 동기부여가 된다면 그 효과는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많은 아동 청소년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해 의학 전문가들은 8세가량 아동들에게 불안 장애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사이버폭력은 10대 청소년기에 섭식 장애 등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를 악화하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렘키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학교에 수년간 권고해왔다. 그는 “학생들이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규율할 것이라며 기대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며 불공평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최근 4일간의 긴 주말을 보낸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되돌려받았는데, 상당수가 다시 스마트폰을 쓰려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야말리아 마크스(17)는 휴대전화를 다시 쓰니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이었다면서 올해 스마트폰을 쓰지 않게 되자 친구를 더 많이 사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를 덜 하니 훨씬 행복하다”면서 “다시 항상 폰을 들고 다니는 삶으로 돌아가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