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정상회의 연설…"선진국, 개도국 지원하되 빚올가미에 던져선 안 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올해 국토의 3분이 1이 물에 잠기는 최악의 홍수를 경험한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신속한 행동과 피해국 지원을 호소했다.
샤리프 총리는 8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기후변화 총회는 인류 생존이라는 목표를 위해 약속을 내건 유일한 회의로 올해 총회는 인류에게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자국의 대홍수에 따른 피해 규모가 300억 달러(약 41조 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탄소 배출량이 아주 작음에도 우리는 인류가 만든 재앙의 피해자가 됐다"고 개탄했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하다"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신속한 행동을 촉구하면서 "우리에게 다른 지구(planet B)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샤리프 총리는 이어 기후 위기의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피해자인 개발도상국을 도와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개도국을 빚의 올가미에 내던지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선진국이 출연한 기금을 통한 개발도상국 지원이 대부분 보상이나 무상지원이 아닌 차관 형식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샤리프 총리는 이어 "기후 적응(adaptation) 목표는 자금 지원과 시의적절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특히 기후 관련 자금지원은 개도국이 요구하는 속도와 규모를 보장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이번 총회에서 정식 의제로 채택된 '손실과 피해'가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경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이미 수렁에 빠진 상태에서 대홍수를 만나 더욱 큰 어려움에 부닥친 상태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6월 중순 시작된 몬순 시즌에 예년보다 훨씬 강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물에 잠겼고 1천700여 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샤름 엘 셰이크[이집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