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소지섭은 왜 27년 만에 악역에 도전했나

by 민들레 posted Nov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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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27년 차를 맞은 소지섭은 스릴러 영화도 처음이며 악역을 맡은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그동안 TV와 영화를 통해 이 배우의 다양한 모습을 봐왔다고 생각했지만 영화 '자백'(감독 윤종석) 속 모습은 완전히 낯설 얼굴이었다.

그 낯섦은 극의 몰입을 도왔다. 관점과 시점에 따라 캐릭터가 미묘하게 변화하는 영화의 특성에 따라 같은 장면에서 미세하게 다른 여러 얼굴을 보여줬다. 그의 악역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미남 배우=선역'이라는 공식에 갇혀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배우란 선택을 받는 직업이고, 선택을 하는 이들의 계획이 있어야 배우의 변신도 가능하다. 소지섭에게 '자백'은 좋은 시기에 다가온 절묘한 기회였다.

"그간 내게 들어온 역할이 선하거나 정의로운 인물이 대부분이었고, 몸을 쓰더라도 이유 있는 싸움을 하는 캐릭터였다. '스릴러나 역역은 왜 나한테는 안 들어오지?" 보다는 어느 정도 갈증이 있긴 했다. 때마침 그때 이 작품이 와줬다"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소지섭 분)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소지섭은 전도유망한 사업가 '유민호'로 분했다. 부와 명예, 아름다운 부인까지 모든 걸 다 가진 남자지만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의 소용돌이 속에 빠진다.

이 작품은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2017)를 원작으로 한다. 리메이크라는 건 학습 대상인 동시에 비교 대상이 있다. 소지섭은 이 영화를 과거에 관람했다. 물론 그땐 운명의 짝이 될지는 몰랐다. 각본이 워낙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기에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주저 없이 선택했다.

리메이크라고는 하지만 '자백'만의 개성이 필요했다. 연출에 대한 고민이 감독 몫이라면, 연기에 대한 몫은 배우의 몫이다. 소지섭은 원작의 '아드리안'과 다른 '유민호'를 만드는데 몰두했다.

 


"시나리오상에 유민호는 좀 구차한 변명을 하는 인물로 설계가 돼있었다. 감독님과 2번 정도 리딩을 하면서 필요 없는 것을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관객이 유민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고 싶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타이트하게 찍는 신이 많았기 때문에 연극처럼 연습을 많이 했다. 이런 장르는 혼자 생각을 하고 밀고 나갈 수 없다.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의 말대로 '자백'은 연극의 느낌이 나는 스릴러 기도 하다. 유민호는 자신의 변호를 맡은 양신애와 별장에서 만나 긴 대화를 나누며 그날의 사건을 회상한다. 두 사람의 긴 대화를 통해 영화는 양파 껍질 벗기듯 진실을 향해 달려 나간다. 소지섭은 양신애 변호사로 분한 김윤진과의 호흡에 대해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워낙 베테랑이지 않나. 1~2시간에 이르는 분량의 대사를 모두 다 외우고 계시더라. 깜짝 놀랐다. 나는 그 전날까지 몰입해서 외우는 스타일이다. '아, 저럴 수도 있구나' 하는 자극을 받았다. 또한 연기할 때 감정 컨트롤이 쉽지 않은데 감독님이 "한 스푼, 두 스푼만 더 감정을 얹어주세요"라고 말하며 바로바로 반영이 되는 것도 신기했다. 저는 감정 연기를 할 때 미리 준비를 해야 되는 성격인데 그런 점도 놀라웠다. 촬영 내내 좋은 자극을 받았고, 선의의 기싸움을 했다. 그런 텐션이 좋은 자극이 됐던 것 같다"



처음 호흡을 맞춰본 나나의 재능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지섭은 "나나, 너무 잘하죠?"라고 기자에게 동의를 구한 뒤 "연기를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가겠더라. 매력도 있고, 감각이 뛰어난 배우다. 세희 캐릭터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장면이 많은데 나나는 감독이 지시를 하면 순간순간 캐치를 잘 해서 연기에 반영하더라. 좋은 기운을 주는 배우다. 이 영화로 상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극찬했다.

두 캐릭터와 밀폐된 공간에서 찍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연기적인 측면에서 도전이 됐을 것 같다고 묻자 "그렇다. 실제로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다. 그래서 배우들끼리 대본 리딩도 더 하고, 준비를 많이 했다. 좁은 공간에서 촬영을 많이 해서인지 나중에는 그 답답하고 불편하고 예민한 상황이 심리 연기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백'은 중반 이후 원작과 다른 노선을 걷는다. 특히 김윤진과 소지섭의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며 갈등의 밀도를 높였다. 엔딩 역시 느낌이 많이 다르다.



소지섭은 마지막 장면에 대해 "원래 대본에서는 민호의 운명이 모호하게 처리된 감이 있는데 감독님께 건의를 드려서 확실히 보여주는 걸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에 대한 이유를 묻자 "원래 대본대로 끝을 맺는다면 보는 사람이 기분 나쁘고 불쾌감까지 느낄 것 같더라. '내가 이 영화를 왜 보는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또한 그렇게 마무리 지으면 2탄이 있을 것 같은 애매한 엔딩이 될 것 같았다. 확실히 끝을 맺는 게 맞을 것 같았다"라고 답했다.

김윤진은 앞선 인터뷰에서 '자백'에 대해 "소지섭의 인생 영화 TOP3 안에 드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을 전하자 소지섭은 멋쩍게 웃으며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개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인생작 세 편을 꼽아달라고 했다. 소지섭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영화는 영화다'를 꼽았다. 그리고 세 번째 작품에 대해서는 "3위는 왔다갔다 한다. 관객들이 '자백'을 꼽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SBS 연예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