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현장 부실 대응 여부 관건
재난안전법 근거 행안부·서울시·용산구청도 책임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이 이어지고 있는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가 배상 책임 인정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 소방, 지방자치단체 등의 부실 대응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면 이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국가배상은 공무원이 불법을 저질렀을 때 국가가 피해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국가배상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배상법 2조(배상 책임)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위험 발생의 방지) 역시 극도의 혼잡 등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그에 상응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우면산 산사태 등 사회적 재난 사건을 다뤄 온 김영희 변호사는 "112 신고가 사고 당일 오후 6시부터 들어갔지만 이후에 현장에 나가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경찰관의 부실 대응 여부가 드러날 경우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안전법 66조 11과 재난안전법 4조에 의해 행정안전부, 서울시, 용산구청 등의 책임도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최자가 있고 없고를 떠나 1000명 이상 모였을 때 위험하다고 판단된다면 이에 대해 대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의 정확한 책임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장에서 ‘밀어’ 등을 외친 사람이 사건 발생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각 책임의 주체들이 부실 대응은 별개로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업무 태만 등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문 경우가 있다. 2012년 여성을 집안으로 끌고 가 살해한 오원춘 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국가 배상 판결이 났다. 당시 대법원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범행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유족에게 9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1년 서울 우면산 사태 때는 법원이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초구가 산사태 경보를 제때 발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한편 최근 서울지역 내 법률사무소에도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최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심하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병원 진료비, 통원 치료 비용 등을 비롯해 희생자 가족들의 문의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