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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 주민 “러, 수백명 고문-처형
건물 구금된 후 실종… 파악 어려워”
美-러 정보수장 튀르키예서 만나
美 “전쟁 평화협상 아니다” 일축

 

“할머니, 저 돌아왔어요” 13일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의 한 마을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처음 재회한 친할머니를 끌어안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헤르손과 헤르손 인근 미콜라이우주 일부 지역 등에서 수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헤어졌던 가족을 다시 만나고 있다. 미콜라이우=AP 뉴시스

 

“저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고문과 비명 소리를 모두가 들었어요. 지구상에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였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올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빼앗겼다가 8개월 만에 탈환한 남부 요충지 헤르손의 주민 세르히 씨(48)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마을의 한 콘크리트 건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WP는 14일 세르히 씨 등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러시아군이 헤르손 일대에 민간인 구금 시설을 운영하며 고문 등 잔악 행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퇴각 후 다수의 민간인 살상 현장이 발견되긴 했지만 대규모 구금 시설이 파악된 것은 헤르손이 처음이다.

○ ‘공포의 건물’에 수백 명 끌려가

WP에 따르면 주민들이 고문과 처형이 자행된 곳으로 지목한 헤르손 북부의 건물은 과거 소년원으로 활용됐으며 최대 7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건물에 구금된 후 실종된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러시아군 점령 기간 동안 이 구금시설은 주민들에게 ‘공포의 건물’로 통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통 복장을 입거나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의 구호를 외치기만 해도 이곳에 붙잡혀 왔다고 WP는 전했다.

8년 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에 대항해 참전했다는 이유로 이곳에 구금됐다는 올렉산드르 쿠즈민 씨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소속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망치로 내 다리를 내리쳤다”며 “내가 갇힌 곳 밑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들려왔다. 한 젊은 남성은 성고문까지 당했다”고 말했다.

헤르손 당국은 해당 건물에 구금됐던 인원과 실종자 규모를 파악하는 데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일부 실종자들이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크림반도로 강제 이송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14일 헤르손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의 대가는 컸다. 치열한 전투가 있었고 그 결과 우리는 지금 헤르손에 있다”며 “이는 끝(종전)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 미-러, 비공개 정보수장 회담

 

 

이날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세르게이 나르시킨 러시아 정보수장은 튀르키예에서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핵 위협과 러시아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로 수감된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 등 미국인 구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은 전쟁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평화 협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번스 국장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따르게 될 후과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협상이 있었고, 만남은 미국 측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참여 없이 전쟁 종식에 관한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WSJ는 미국 정부가 대화를 통한 종전에 관심을 보이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협상)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벌인 각종 전쟁 범죄 및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물리는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됐다. 우리나라도 이 결의안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북-중-러 등 14개국은 반대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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