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美 델라웨어州 파산 법원에 채권자 명단 제출
FTX 변호인 “채권자 수, 당초 제시한 10만명 아닌 100만명 넘길 수도”
FTX, 전체 가상자산 업계 정치 후원금의 99% 차지
민주·공화 상·하원 지도자에도 천문학적 후원금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모습. [AFP]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며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상위 채권자 50명에게 진 빚이 약 4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전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FTX 임원들은 미국 워싱턴DC 정가에 천문학적인 정치후원금을 뿌리며 ‘정경유착’에 열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FTX가 미 델라웨어주(州) 파산 법원에 제출한 채권자 명단에 따르면 무담보 채권자 가운데 상위 50명에게 갚아야 할 부채는 31억달러(약 4조1633억원)에 달했다.
FTX가 1위 채권자에게 진 빚은 2억2600만달러(약 3035억원)였고, 상위 10명에 대한 부채는 14억5000만달러(약 1조9474억원)에 이르렀다. FTX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채권자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상위 채권자 50명은 FTX 지급불능 사태에 휘말려 피해를 본 개인·기관 고객들”이라고 전했다.
앞서 FTX는 지난 11일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채권자 숫자를 약 10만명으로 제시했으나 사흘 뒤 FTX 변호사들은 채권자가 100만명을 넘길 수 있다고 법원에 다시 보고했다.
이런 가운데,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거 기부금 흐름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책임정치센터(CRP)를 인용해 FTX 경영진이 최근 18개월 동안 민주·공화 양당의 각종 선거는 물론, 가상자산 관련 정치단체와 개인 등에 총 7210만달러(약 968억원) 이상을 기부하며 ‘돈잔치’를 벌였다고 이날 보도했다.
FTX의 정치자금 후원은 같은 기간 전체 가상자산 업계의 정치 후원금(7300만달러)의 약 99%를 차지한다. WSJ은 “FTX 덕분에 가상자산 산업은 방위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선거자금을 기부한 ‘큰 손’이 됐다”고 평가했다.
FTX의 자금은 민주·공화 양당에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흘러들어갔다고 CRP는 전했다.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이번 중간선거에 앞서 정치인들 또는 정치인들과 연계된 정치활동위원회(PAC)들에 3990만달러(약 536억원)를 후원했고, 이 돈의 대부분은 민주당 정치인이나 진보 단체들에 흘러들어갔다. 반대로 FTX 고위 임원인 라이언 살라메는 2300만달러(약 309억원)를 대부분 공화당과 보수 단체에 후원했다.
CRP는 “뱅크먼-프리드는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다음으로 민주당에 가장 많은 돈을 뿌린 2위 후원자에 올랐고, 살라메는 공화당 후원자 중 11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FTX의 로비 작업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300만달러)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600만달러),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250만달러)와 차기 하원의장을 예약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200만달러) 등 양당 지도부를 직접 향하기도 했다.
이들은 가상자산 산업을 옹호하는 정치단체와 개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FTX 새 CEO 자리에 앉은 ‘구조조정 전문가’ 존 J. 레이 3세는 파산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FTX의 글로벌 자산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으며, 일부 사업에 대한 매각·재편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명에서 “지난 한 주간 검토한 결과 미국 안팎의 여러 자회사가 대차대조표상 지급 능력이 있고, 가치 있는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다행스럽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