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혹독한 겨울’ 대비 위해 남부 지역 민간인 대피시켜

최근 러시아군이 헤르손 지역에서 철수한 이후 우크라이나인들이 21일(현지시간) 드니프로강 근처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전기·식수 부족 사태를 우려해 최근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지역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고 있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리나 안드리이우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등 남부 2개 지역 주민들에게 중부·서부 등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촉구하면서 “정부가 교통, 숙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앞서 국내 가용 전력을 절약하자는 취지로 해외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겨울철 귀국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몇 달간 집중된 러시아의 포격으로 해당 지역 발전소를 비롯해 주요 기반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되자, 병원 등 핵심 기관에 전력 공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까지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50% 이상이 피해를 보았다며 이를 ‘에너지 테러’로 규정했다. 이날 국영 전력 운영사 우크레네르고의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15개 지역에서 4시간 이상 정전이 예고돼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국제사회도 올겨울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고위도인 데다 내륙 한가운데 있어 겨울 날씨가 혹독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도 키이우 등지는 이미 눈으로 뒤덮였으며, 올겨울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스 헨리 클루게 유럽지역 국장은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의 절반이 손상되거나 파괴됐으며, 현재 1000만명 정도가 정전을 겪고 있다며 “올겨울은 수백명의 우크라이나인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보건·에너지 부분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으로 병원과 의료시설 수백 개가 더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을뿐더러 연료, 물, 전기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WHO는 지난 2월 이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의료시설에 대해 총 703건의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집계했다.

클루게 국장은 이어 “산부인과 병동에는 인큐베이터가, 혈액은행에는 냉장고가, 중환자실에는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며 “모두 에너지가 필요한 것들”이라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낮은 백신 접종률,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치료를 위한 약물 고갈, 난방을 위해 숲과 나무를 태우거나 디젤 발전기 및 전기 히터 사용으로 인한 호흡기·심혈관계 문제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겨울에 우크라이나인의 생존이 달렸다”며 “새로 수복했거나 아직 점령 상태인 영토에 ‘인도주의적 보건 통로를 만들자”고 언급하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촉구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