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러시아 대상 비자 발급 제한 조치 역행
90일 체류 단기 비자 발급 전년 동기 대비 3배↑
WSJ “스위스, 러시아 동결자산 일부 해제”
“미 동맹국 韓·日대러 수출 3분의 1 회복”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핀란드로 넘어가는 스베토고르스크 육로 국경 검문소가 한산한 모습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인 대상 관광비자 발급을 전면 금지하고 국경 검문을 강화했다. 러시아와 이웃한 동유럽 국가들이 국경에 빗장을 걸자 스페인 등 서유럽에선 러시아인들 입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FP]
유럽연합(EU)의 러시아인 여행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스페인을 여행한 러시아인은 약 3배 가까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스페인 외무부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스페인이 올 들어 지금까지 러시아 국적자에게 발급한 단기비자는 10만 886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3배 육박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해 유럽연합(EU)이 지난 9월 러시아인 대상 셍겐비자(EU 회원국간 무비자 통행) 발급 간소화 절차를 중단하는 등 러시아인의 유럽 여행을 제한한 조치를 거스르는 결과다.
이에 대해 스페인 당국은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한 유럽 외교관은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인 입국을 전면 금지한 영향으로 서유럽에 러시아인 입국이 급증한 것으로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망명 수요와 더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린 부분 예비군 동원령을 피해 외국으로 도망치려는 러시아인들이 늘어난 것으로도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그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등 경제 압박이 커지자 각 국은 대러 제재를 슬그머니 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위스 재무 당국은 지난 4월에 8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으나, 한달 뒤 동결 자산 중 30억 달러 가량을 해제했다.
스위스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체코 금융권이 제재 고삐를 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터키)의 지난 2분기 말 기준 대러 수출은 오히려 제재 이전 보다 25% 늘었다.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사이에서 반사이득을 본 것이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급감한 대러 수출액을 회복한 가운데 미국의 전통 우방인 한국과 일본의 대러 수출액이 초반 손실의 약 3분의 1을 회복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른바 ‘제재 구멍’ ‘제재 회피’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부과해 푸틴의 전쟁 자금줄을 끊으려는 미국의 전략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미 정부는 주요 동맹국에 고위 관료를 보내 대러 제재 현황을 파악하고 동시에 제재 동맹 네트워크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