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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딸로 태어나 美 이주
부모 이혼뒤 기초수급 가장 역할
친구집 떠돌며 고교회장 등 맡아
“다른 사람 돕겠단 결심 잊지 않을것”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미국 네바다주 대법관이 된 퍼트리샤 리. 사진은 리 대법관이 20년간 몸담았던 법무법인 허치슨앤드스테펀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할 당시 모습. 허치슨앤드스테펀 유튜브 화면 캡처

 

전북 전주에서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미국 네바다주 대법관에 임명됐다. 스티브 시설랙 네바다 주지사는 21일(현지 시간) “퍼트리샤 리 변호사(47)를 주 대법관에 임명했다”며 “폭넓은 능력과 전문적인 경험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네바다주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 대법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신임 대법관은 법관인선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힘들었던 가정사를 밝히며 “아버지가 흑인이어서 나의 출생은 한국에서 환영받지 못했고, 혼혈이란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만 4세 때 가족들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로 이주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전역 후 알코올의존증에 빠졌고, 그가 7세 때 부모가 이혼했다.

장녀인 리 대법관은 영어를 거의 못하는 어머니 대신 두 남동생을 돌보며 힘겹게 성장했다고 답변서에 썼다. 7세 때부터 직접 기초생활수급 서류를 작성했으며, 1년에 2, 3차례 집을 옮겨야 했다. 가족이 노숙을 하다 가까스로 쉼터에 입소했을 땐 ‘이제야 집이 생겼다’며 안심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어머니와 교제하던 남성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15세에 집을 나왔다. 친구 집을 전전하며 고등학교에 다녔지만 전교 학생회장과 응원단장을 맡았고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장학금을 받았다. 이후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 진학해 흑인학생회장을 했다. 조지워싱턴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로펌 변호사로 일하며 복잡한 상업 소송을 주로 담당했다. 특허법과 가족법 소송도 맡았다.

리 대법관은 “어린 시절 힘든 경험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며 “침대에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고,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경을 겪으며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 결심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리 대법관의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다. 그는 임기를 채우지 않고 9월 사직한 애비 실버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정원이 7명인 네바다주 대법관의 임기는 6년이지만 결원이 생기면 주지사가 임명하는 후임자가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채운다. 리 대법관은 2006년 남편과 결혼한 뒤 슬하에 두 자녀를 뒀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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