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경기위축 가능성 크지만 中 반등할수도…'낙관 이르다' 경계도
독일 베를린의 한 쇼핑몰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불과 몇 달 전까지 두려워했던 것만큼 심각한 침체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경제가 내년 중 바닥을 찍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S&P 글로벌의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윌리엄슨은 WSJ에 에너지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받은 유럽을 언급하면서 "경기침체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최근 지표들은 경기침체의 규모가 전에 두려워했던 것만큼 혹독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이날 S&P 글로벌이 발표한 유로존의 제조·서비스업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8로 전월(47.3)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기준선인 50을 하회했다. 이 수치가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럽 경제는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미국 경제 역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통화긴축 정책의 여파로 내년 상반기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실제로 연준이 이날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은 지난 3월 금리인상 시작 이후 처음으로 경기침체란 단어를 포함한 것은 물론 내년 중 경기침체 진입 확률을 거의 50%로 예상했다.
그러나 내년 초 부진한 출발이 거의 예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경제학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예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
경제가 예상보다 덜 나쁠 수 있다는 근거 중 하나는 중국 경제의 반등 가능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엄격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경제 성장을 희생해온 중국이 서서히 문을 연다면 유럽 등 다른 지역의 경기 위축을 만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글로벌 성장률이 2% 정도로 올해보다 크게 후퇴하겠지만, 여전히 소폭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상황도 최악은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겨울 에너지 위기 가능성에 직면했던 유럽은 우려하던 에너지 배급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바클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유로존 성장률을 -5%로 예상했으나, 최근 에너지 대란 우려 완화에 따라 이를 -1.3%로 대폭 올렸다.
그러나 내년 경기침체 수위가 덜 혹독할 것으로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미국 경제의 경우 연준이 얼마나 높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리느냐는 커다란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태이고, 중국 경제도 겨울철 코로나19 감염자 증가로 언제 '제로 코비드' 방역 정책이 풀릴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행인 알바로 페레이라는 "상황이 잘못될 위험이 지난 몇 달 전보다 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