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업무과중 호소, 임금 인상 요구…보건서비스 인력난 악화
영국 왕립간호대학
영국이 공공보건 인력·재정 부족을 겪는 가운데 사상 첫 대규모 간호사 파업을 맞게 됐다고 25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영국 간호사노조는 앞서 정부의 협상안을 거부했다고 밝힌 데 이어 내달 15일과 20일 잉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지역에서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전국 규모의 파업을 106년 노조 역사상 처음이다.
간호사들은 물가상승 속 생활고를 가중하는 임금 문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간호사들의 실질 임금이 물가상승분을 밑도는 급여 인상으로 2010년보다 20%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려면 임금 인상률이 19.2%에 달해 연간 100억파운드(약 16조원)의 비용이 든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잉글랜드에서 국민보건서비스(NHS) 기준 가장 많은 42% 비율을 차지하는 등급의 간호사 연봉은 2만7천55파운드(약 4천300만원)에서 3만2천934파운드(약 5천300만원) 수준이다.
특히 최근 치솟는 물가로 간호사들이 가족과 함께 무료 급식소를 찾거나, 간호사 대신 다른 일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이들이 결국 일을 그만두면서 남은 이들의 업무 부담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이민 규정이 엄격해져 대체 인력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NHS잉글랜드는 현재 의사 1만2천명과 간호사 4만7천명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대규모 파업은 올겨울 영국 보건 서비스 위기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슈 테일러 NHS 연맹 최고경영자(CEO)는 일선의 진료 수요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NHS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기시간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이미 치료 대기 환자가 710만명에 달하고 암 환자들조차 일찍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