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대만 지방선거에서 수도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된 장완안 국민당 후보.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6일 실시한 대만 지방선거에서 수도 타이베이 시장에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의 증손자인 장완안(蔣萬安)이 당선됐다. 국민당 후보로 나선 장완안은 42.29%를 득표해 31.93%를 얻는데 그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천스중(陳時中)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장완안은 장샤오옌(蔣孝嚴) 전 대만 외교부장(장관)의 장남으로,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의 손자이자, 장제스 전 총통의 증손자다. 이로써 대만을 철권통치했던 장제스 가문은 장완안의 당선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다.
장완안의 타이베이 시장 당선이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그의 기막힌 가정사 때문이다. 장완안의 부친인 장샤오옌 전 외교부장은 장징궈 전 총통이 여비서 장야뤄(章亞若)와 사이에서 낳은 쌍둥이 사생아 중 맏이다. 한데 장야뤄 소생의 장야오옌, 장샤오쯔(蔣孝慈, 전 동오대 총장) 형제는 태어난지 얼마안돼 모친인 장야뤄가 의문사하면서 사실상 고아로 컸다. 장징궈 전 총통의 본처이자 러시아인인 장팡량(蔣方良)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장씨 가문의 호적에도 입적하지 못했다.
이에 장샤오옌은 아버지(장징궈)를 차마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장(蔣)씨가 아닌 어머니를 따라 장(章)씨 성을 써야했다. 하지만 서얼인 장샤오옌은 장징궈 본처(장팡량) 소생의 다른 이복형제자매들보다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 장징궈 역시 장샤오옌을 한때 후계자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데 '혼외자'라는 굴레로 외교부장, 행정원 부원장, 국민당 부주석에만 머물러야 했다. 장샤오옌이 장씨 가문의 호적에 입적한 것 역시 장징궈의 본처 장팡량이 작고한 이듬해인 2005년에나 가능했다.
장샤오옌의 아들로 1978년생인 장완안 역시 줄곧 장(章)씨 성을 쓰다가 27세때야 아버지(장샤오옌)를 따라 장(蔣)씨 호적에 일괄 편입됐다. 준수한 외모의 장완안은 대만 국립 정치대 법학과 출신으로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로스쿨을 나와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갖춘 엘리트다. 2016년 입법위원(국회의원에 해당)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고,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장완안이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되면서 오는 2024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타이베이 시장 선거는 대만 총통 선거의 전초전으로 꼽힌다. 역대 타이베이 시장을 지낸 리덩후이, 천수이볜, 마잉주 등이 모두 총통에 당선된 바 있다. 한편, 민진당 주석을 겸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선거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