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깨고 폭죽 던져…경찰, 물대포·최루탄으로 진압
네덜란드·프랑스에서도 승리 도취된 모로코 팬들에 경찰 대응
폭동이 일어난 벨기에 브뤼셀 거리
(EPA=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벨기에가 모로코에 2-0으로 패한 27일(현지시간) 브뤼셀 도심에서 모로코 팬들과 기동대 간 충돌로 바리케이드가 불에 타고 있다. 2022.11.27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모로코가 벨기에를 상대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둔 뒤 벨기에에서 승리에 도취된 모로코 축구 팬들의 난동이 벌어졌다고 27일(현지시간) AFP·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FIFA 랭킹 22위 모로코는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FIFA 랭킹 2위 벨기에를 2-0으로 꺾었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 직후 수십 명의 축구 팬들은 브뤼셀 중심가에서 상점 창문을 깨부수거나, 차량을 향해 폭죽을 던져 불을 붙이는 등 마구잡이 식으로 행동했다.
쓰레기통과 전동 스쿠터 등에도 불을 붙였고, 차량에 벽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영국 BBC방송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브뤼셀 거리 영상을 올리며 "젊은 모로코 팬들이 통제되지 않는 '축하'를 벌이고 있다"고 적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브뤼셀 여러 곳에서 폭동이 벌어졌으며, 모로코 국기를 몸에 두른 일부 사람을 포함한 수십 명이 축구팬들이 경찰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브뤼셀 경찰은 "경기가 끝나기 전부터 수십 명의 인파가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며 일부 팬들은 "긴 막대를 들고 있기도 했고 한 기자는 폭죽으로 인해 얼굴을 다쳤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폭동으로 한때 경찰 100명가량이 현장에 투입됐으며,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해 진압 작전을 벌였다. 중심가 일부 구역의 출입이 통제됐고 지하철역이 봉쇄되기도 했다.
응원하는 모로코 팬들
폭동은 오후 7시께 진압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뤼셀 경찰은 현장에서 11명이 체포됐고, 1명은 현재까지 구금된 상태라고 밝혔다.
필리프 클로즈 브뤼셀 시장은 이번 폭동을 강력히 비판하며 "경찰이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에는 모로코인 약 5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벨기에 리에주 동부에서도 축구 팬 50명이 경찰서 창문을 깨고 경찰차를 부수는 등 폭동을 일으켜 경찰이 물대포로 진압했다. 앤트워프에서도 폭동으로 10여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네덜란드에서도 모로코 팬들이 경기 직후 횃불과 폭죽을 던져 승리를 자축하며 혼란이 일었다. 이들은 경적을 울리고 국기를 흔들며 도로 위를 누볐다.
온라인에 게시된 영상에 따르면 네덜란드 경찰은 일대가 어수선해지자 경찰봉과 방패로 무장한 채 팬들을 진압했다.
경찰은 로테르담 중심가에서는 한때 500여 명이 집결했고, 헤이그와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등에서도 경찰력이 동원됐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모로코 출신 이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승리를 자축하는 모로코 팬들이 쏟아져 나오며 샹젤리제 거리 등 일부 지역에서 혼잡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