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법안으로 ‘파업 개입’
백악관 중재안 수용 강제화 추진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철도노조가 다음 달 파업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자 의회가 입법으로 파업을 막아서기로 했다. 법안의 핵심은 백악관의 중재안을 노조가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미국 의회가 이 같은 ‘극약 처방’을 내리는 것은 이전의 철도 파업이 있었던 1992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29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철도 파업을 피하기 위한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헌법에 의해 주(州) 간 무역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받은 미국 연방의회는 철도 파업 시 노사에 합의안을 강제할 수 있다. 회동 후 펠로시 의장은 30일 오전에 법안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미 의회가 법안 발의로 철도노조 파업에 개입하는 것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이던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9월 바이든 행정부는 철도 파업을 막기 위해 향후 5년간 임금 24% 인상 등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제안했지만 12곳의 노조 중 4곳이 유급병가를 요구하며 합의안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12월 9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며 현실화할 경우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 심화 등의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앤더슨이코노미그룹은 파업으로 일주일 동안 미국 경제에 발생할 손실 규모만 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나는 자랑스러운 친노동 대통령”이라면서도 “파업이 수백만 명의 근로자와 가족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다면 의회가 파업 저지 법안을 채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의회를 압박했다. 펠로시 의장 역시 “노조의 파업 능력을 저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은 파업을 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원에서 파업 저지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상원에서 이를 신속 처리할지는 미지수다. 상원은 법안 통과 시기를 의원 100명의 만장일치로 정하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 진보파인 버니 샌더스 의원은 “철도 산업이 기록적인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유급병가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