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3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파업은 1∼8호선 기준으로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1~8호선) 양대 노조 파업 첫날인 30일 퇴근길 지하철에 큰 혼잡이 빚어졌다. 지하철 역사와 열차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곳곳에서 위험한 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 5시30분쯤부터 지하철 2호선 강남·역삼·선릉역을 비롯해 서울 주요 지역 지하철 역사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승강장과 열차 내부 곳곳에서 “밀지 마세요” “내릴게요”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발 디딜 틈 없이 몰린 인파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거나 넘어질 위기에 처한 이들도 보였다.
직장인 김모씨(34)는 “회사를 나와 오후 6시20분쯤 역삼역에 도착했다”며 “게이트로 진입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였다. 6번 출구 계단이 경사가 가파른데 그 위까지 사람들이 몰려 엄청 위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태원 참사도 생각이 났다”며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누구 또 다치겠다’면서 수군거렸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들이 평소보다 배로 몰려 그냥 직장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했다. 김씨는 회사에서 1시간 가까이 대기한 뒤 오후 7시50분쯤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4호선을 타고 가다 사당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탄 회사원 이소영씨(28)는 “2호선 열차를 3번 기다렸다가 탔다”며 “가는 길이 원래는 30분 거리인데 오늘은 지하철만 1시간 탄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중간에 동작·이촌 부근을 지날 때 지하철이 한 번 출렁했는데 사람들이 와르르 무너질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3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파업은 1∼8호선 기준으로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연합뉴스
오후 6시쯤 강남역을 찾은 김민영씨(27)는 “대기줄이 지하부터 지상 1층 개찰구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며 “역 안에 들어가자마자 도로 나왔다”고 했다. 이어 “지하철 상황을 본 사람들이 (버스에) 다 몰려서 인파 쏠림은 여전했다”면서 “다들 미는 건 기본이었고, 버스는 번번이 출발하지 못했다”고 했다.
소방당국에는 인파 위험을 알리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구로소방서에는 이날 오후 7시 이후 “인파가 많다” “이태원처럼 압사 사고가 우려된다.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신고 2건이 신도림역과 대림역에서 들어와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다. 소방 관계자는 “인명 피해 등 특이 상황은 없어 돌아왔다”고 했다.
파업으로 인한 열차 지연과 인파 쏠림을 우려해 평소보다 일찍 지하철에 탑승한 이들도 위험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예견된 인파 밀집에도 서울교통공사의 안전조치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후 5시30분쯤 지하철 3호선 하행선을 탄 A씨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지만 이미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회사원 김모씨는 “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공사 측이) 이렇게까지 관리를 못한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지하철 1호선의 경우 상선(서울역→청량리역)은 10분, 하선(청량리역→서울역)은 20분 지연 운행됐다. 2호선 내선(시계 방향)은 33분, 외선(반시계 방향)은 27분 연착했다.
3호선도 상선(오금역→대화역)은 25분, 하선(대화역→오금역)은 28분 운행이 지연됐다. 4호선 역시 상선(남태령역→당고개·진접역)은 10분, 하선(당고개·진접→남태령역)은 18분 지연됐다. 5~8호선은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퇴근 시간대 강남 일대에 공사 안전 인력을 배치했고, 상황이 해소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