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푸틴 매체, 러 안보기관 비공개 여론조사 보도
"징병 위험에 급변...러, 국면전환용 보도지침 하달"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속하는 데 찬성하는 러시아인의 비율이 4개월 만에 57%에서 25%로 크게 줄었다.
러시아어·영어 뉴스 사이트 '메두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안보기관인 연방경호국(FSO)이 '내부용'으로 통제해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입수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FSO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에 찬성하는 러시아인의 비율이 7월의 32%에서 11월에는 55%로 증가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모스크바의 독립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 센터의 10월 조사에서 '전쟁 계속' 지지가 27%, '평화협상' 지지가 57%였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레바다 센터 소장 데니스 볼코프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키로 한 크렘린궁의 결정을 대부분의 러시아인이 지지했으나 본인들이 전투에 직접 참가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며 "사람들이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인식했으나, 이젠 위험이 커져 평화 협상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두자는 전쟁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여론이 악화함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앞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정부와 가까운 두 명의 취재원을 인용, 크렘린궁이 국영 러시아여론조사센터(VTsIOM)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이제 일반에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취재원 중 한 명은 "요즘은 온갖 결과가 다 나올 수 있어서 아예 하지 않는 쪽이 더 낫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여론 악화가 전쟁 계속 여부나 평화협상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메두자는 전망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국내 매체들이 전쟁이 아니라 '더 긍정적인 어젠다'에 집중하라는 지령을 크렘린궁으로부터 이미 받은 상태라고, 익명 취재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메두자는 러시아의 해직 언론인 갈리나 팀첸코(60)가 라트비아 리가에서 2014년 설립한 뉴스 사이트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현 러시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징집령과 예비군 동원령에 따른 여론 악화, 대규모 인명피해, 전장에서의 굴욕적 후퇴 등이 있은 후에 "푸틴이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여론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이를 '전쟁'이 아니라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고 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푸틴이 9월에 전국적 동원령을 선포한 이후 러시아인 남성 수십만명이 나라를 떠났다. 더타임스는 이번 전쟁에 참가를 거부한 이들에 대한 '형사 사건'이 지난주부터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이 첫 사례라고 전했다. 다만, 사건이 수사 단계인지 기소 단계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피의자는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의 군부대에서 체포된 '유리 데그티아레프'라는 병사다.
영자신문 모스코우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9월에 징집된 후 제대로 된 군사훈련을 받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다가 "총알받이가 되기 싫다"며 전투 참가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대 병사들 떠나보내는 러시아 가족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 동부 격전지 돈바스 지역의 전사자 공동묘지. [로이터=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