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제대로 쓰지 않아 의문사당한 마흐자 아미니
축구 경기도 관람할 수 없는 이란 여성 억압 상징
숙적 미국에 패배하자 이란 곳곳서 축포와 함성
혁명수비대의 시민 조준 사격에 시위 격화 조짐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이란과 미국의 경기가 펼쳐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축구팬들이 이란 히잡 시위의 기폭제가 된 이란 여대상 마흐자 아미니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EPA연합]
‘마흐자 아미니(Mahsa Amini)’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이란과 미국의 경기가 펼쳐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 관중석 한 켠에는 최근 익숙한 이름의 플래카드가 펼쳐졌다.
경기장 뿐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 이름은 바로 최근 이란에서 빠르게 번지는 반 정부 시위를 촉발시킨 의문사의 주인공인 여대생의 이름이었다. 지난 9월 아미니는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지만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분노한 이란 군중의 봉기에 이란 정부는 강경 진압으로 맞섰고 고무총 발사 등 강경진압에 사망한 사망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인정한 숫자만 300명이 넘어섰다.
사실 월드컵 경기장에 마흐니 아마니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사실 강력한 신정 체제를 구축한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이 히잡을 쓰더라도 축구 경기장과 같이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이 월드컵 경기장에 등장한 것 자체가 이란 여성의 해방을 비롯해 이슬람 체제의 보수성을 깨고자 하는 이란 국민의 열망이 담긴 장면이다.
게다가 이날 경기는 이란의 정치적 숙적인 미국을 상대로 한 경기였다. 팔레비 왕조 시기 이란은 미국의 강력한 맹방 중 하나였지만 이슬람 혁명을 주도한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미국을 이슬람을 위협하는 적으로 규정했고 이후 미국-이란 관계는 빠르게 냉각됐다.
이후 테헤란 대사관 인질 사건을 겪으면서 양국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후 이후 이란의 핵개발과 그에 따른 미국의 경제 제재 조처로 양국은 수십 년 간충돌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날 많은 이란인들은 이번 월드컵에게 자국 대표팀이 미국에 패배하길 기원했다. 이란 대표팀이 출국 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원이 미국 퓰리식 선수의 현실화되자 이란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20대의 한 남성 메흐란 사마크가 혁명수비대의 조준 사격에 사망하면서 국제사회는 또 한번 경악했다.
그의 죽음은 이란 내 반 정부 시위에 다시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이란인권센터(CHRI)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사마크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독재자들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