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정사·혼전동거 원천금지…최대 징역1년
美 정부도 우려 표명…"미국시민에 끼칠 영향 주목"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시에서 시민들이 인도네시아 의회가 발표한 새로운 형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해당 형법은 자국민과 관광객을 불문하고 혼외 성관계시 최대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혼전 동거시엔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족자카르타=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가 형법 개정으로 자국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혼외 성관계와 혼전동거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세계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과 세계 인권단체들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고 반발하고 있고, 발리 등 주요 관광지의 관광산업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정부도 자국민에 끼칠 영향을 주시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서면서 외교적 분쟁 발생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이날 형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형법 개정안에 따라 자국민은 물론 관광객 등 외국인들도 혼외정사에 대해 최대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됐다. 혼외 성관계뿐 아니라 혼전 동거도 금지된다. 혼전 동거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최대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와함께 대통령이나 국가기관을 모욕하고 인도네시아 국가이데올로기에 반하는 견해를 표명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초 이번 형법 개정은 과거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네덜란드 총독부가 만든 형법을 자국 실정에 맞게 개정하는 논의에서 출발됐다. 앞서 2019년 형법 개정안 초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었으나 전국적인 반대 시위가 번져 투표를 연기했다가 이번에 의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지나치게 시대착오적이고 이슬람 율법 색채가 너무 강한 이번 개정안 발표에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인도네시아는 단일국가로는 최대 규모의 이슬람 국가로 2억6000만 인구 중 87%가 이슬람을 믿고 있지만,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새 형법이 인도네시아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물론 재계 등 업계에서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새 형법이 국제적인 투자처로서 인도네시아의 이미지를 추락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가까스로 회복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관광 산업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인도네시아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고용주 협회의 신타 위자자 수캄다니 부회장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법적 불확실성을 조성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재고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도 자국민에 끼칠 영향 등을 주시하겠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그러한 변화가 인권과 기본적 자유 행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염려된다"며 "개정법이 그곳을 방문하고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두고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이번 개정안이 시대를 역행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연구원인 안드레아스 하르소노는 "형법 개정은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에 거대한 난관이 될 것"이라며 "여성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비무슬림들은 기소되고 투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