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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루무치 화재 참사 추모식에서 코로나 19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베이징 시민들, 22년 11월 27일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11월 하순, 중국 남부 광저우에서 시작된 우루무치 화재 참사 추모 시위가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20여 개 도시로 확대됐습니다.

화재 참사 희생자 10명을 기리는 추모 시위는 "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하야"라는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고 영국과 미국, 일본, 한국 등 전 세계로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이런 시위의 여파를 의식하듯 중국 정부는 잇따라 3년 동안 굳게 닫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의 빗장을 하나둘씩 풀어가고 있습니다.

■양성 감염자 손 놓은 관리…"방호복이 없어서…"

지난 1일, 베이징에 있는 회사 부근에서 PCR 검사를 했습니다. 보통 반나절 뒤면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다음 날 오후가 다 되도록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PCR 검사 음성 확인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답답해하던 그때 회사가 속한 건물 단지의 거주위원회 측으로부터 제가 ' 十混一陽性'(십훈일양성)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습니다.

중국에서는 PCR 검사 비용을 줄이고 검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1개 채집관에 10명의 샘플을 한데 넣은 뒤 이를 검사하는데 1개 채집관에서 양성이 나오면 10명을 재검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당황해하고 있는 기자에게 건물 단지 거주위원회 측은 움직이지 말라고 말만 전달했을 뿐 코로나 19에 감염됐는지를 알아보는 신속 항원검사와 추가 PCR 검사 등 후속 조치와 절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거주위원회 측에 왜 코로나 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조처를 빨리 하지 않느냐고 묻자 "거주위 직원이 항원검사 키트와 PCR 검사 장비를 들고 양성 의심자가 있는 곳에 가야 하는데 방호복이 없어 갈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출입문에 부착된 흰색 전자 센서


■기약 없는 자가격리…'중앙정부' 지침, 말단 조직까지 전파 잘 안돼

PCR 검사 결과 최종 양성판정을 받았지만, 다행히 임시격리시설인 팡창(方艙)에 가지 않고 집에서 격리하게 됐습니다.

격리 이틀째부터 아파트 문 입구에는 전자 센서가 설치됐습니다. 하루 3번 이상 문을 열어서는 안 되며 문을 열 때마다 왜 열었는지 보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센서는 격리 5일 뒤쯤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왜 사라졌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감염 초기 39도에 가까운 고열에 인후통, 기침으로 움직일 수 없었는데 4, 5일이 지나면서 몸이 호전됐고 그래서 격리가 언제 풀릴지 궁금해 아파트 거주위원회에 문의하니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습니다.
 

거주위원회에서 기자에게 알려온 내용. ‘이틀 동안 항원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면 PCR검사를 실시한다, PCR검사 결과 음성이 확인되면 다시 7일 동안 자가건강관찰을 시행한다’(빨간색 부분)


신속 항원검사 결과 연속 이틀 음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CR 검사에서 다시 음성이 나오면 1주일 동안 자가관찰측정을 또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중앙정부가 무증상자나 경증인 감염자들이 자가격리가 가능하고, 자가격리 6, 7일째 두 번에 걸쳐 PCR 검사를 받으면 격리에서 해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열 가지 조건 ('新十条')이란 방역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일선 말단 행정조직까지는 이 같은 내용이 전파되지 않은 것입니다.

수차례 항의를 하자 이틀이 지나선 이렇게 답글이 왔습니다
 

‘양성 감염자는 더 이상 보고할 필요 없고, 스스로 항원검사를 하고 스스로 PCR 검사와 격리를 시행한다’ 라는 내용이 적힌 마을 거주위원회 답변.


한마디로 더는 양성 감염자는 관리를 안 하고,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편해졌다는 느낌에 또 한편으로는 당혹감과 허탈감이 밀려왔습니다.

'3년 동안 그렇게 철저히 관리하던 정책이 한순간에 이렇게 변할 수 있나? '라는 생각 때문에 말입니다.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시민들 (출처: 바이두)


■PCR 검사 결과는 오리무중.…다시 문 닫는 음식점 늘어

중국의 최근 발표한 방역정책의 가장 큰 허점은 PCR 검사 결과가 오리무중이라는데 있습니다.

검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습니다.

기자 역시 2번의 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이틀 연속 PCR 검사를 받았습니다.
10명의 샘플을 한데 모아 검사하는 방식 대신 1개 관에 1명의 샘플을 채집해 검사하는 방식으로 했는데도 사흘, 나흘이 지나도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PCR 검사 음성 증명을 요구하는 곳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정부 기관이나 공공기관, 음식점, 노인, 어린이 시설, 학교 등을 방문할 때는 필요한 만큼 일반 시민들은 오히려 방역 완화 조치가 발표된 이후 더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반나절 늦어도 하루면 나오던 PCR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영업을 재개했던 음식점들이
또다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인적을 찾기 힘든 베이징 왕징 음식점 상가 주변, 22년 12월 9일 (촬영: 김민성 기자)


주말을 앞둔 베이징 왕징 한인타운을 찾았습니다. 새로운 방역 조치 이후 문을 연 음식점들이 늘었지만 음식점 내부는 손님이 없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아예 다신 문을 닫은 곳도 있었습니다.

PCR 검사 결과가 제때 나오지 않는 데다 코로나 19 확산세가 너무 빠르기 때문입니다.

한 달 우리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임대료에 잦은 영업중단으로 극심한 손해를 보고 있는 영업주들의 입장으로서는 속이 타들어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날아다니는 휴지조각에도 바이러스가 있을지 모른다' 라는 말이 퍼질 정도로 방역 완화조치 이후 베이징 시민들 사이의 불안감은 증폭되는 모습입니다.

출퇴근 시간, 주말 상습 차량 정체는 지금은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돕니다.

■"자고 나니 말이 바뀌었다."...'불안과 혼돈'의 시간

중국 공정원 중난산 원사는 중국 내 최고 감염병 권위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2020년 9월에는 코로나를 퇴치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한 인물입니다.

중 원사는 지난 9일 열린 중화의학회 호흡 병리학 화상 연례회의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의 99%는 일주일, 길면 열흘이면 완치된다"며 "감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무증상은 치명률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의미하고 코로나 19에 감염됐다고 볼 수도 없다"며 과도한 코로나 19 공포에서 벗어날 것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중 원사가 지난 8월에는 "오미크론을 치료할 약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중 원사의 발언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량완넨 칭화대 교수의 말을 비교한 한 네티즌의 웨이보


중국 네티즌들은 또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염병 대응 센터 전문가 팀장인 "량완녠 칭화대 교수가 오미크론이 일반 독감에 비해 치사율이 7, 8배 높다고 얘기했다가 지금은 오미크론의 병원성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상반된 말을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전문가들이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고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3년 동안 중국인과 중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둘러싸고 있던 코로나 방역 장벽들이 하루가 다르게 완화되고 있습니다.

규제와 통제가 사라진 사이,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서일까요?
요즘 중국 내 약국에서는 해열제, 감기약,두통약과 신속 항원검사 키트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특히 중의약 동감 치료제인 '렌화칭원' 판매 가격이 3배가량 뛰었고, 중국 내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에서는 매일 밤 8시, 140만 명의 사람들이 '렌화칭원'을 구매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중국.
'갑작스럽고 준비 안 된' 방역 완화 조치에 '자유와 기쁨' 보다는 '두려움과 불안, 혼돈'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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