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역사상 최대 금융사기" 검찰·금융당국, FTX창업자에 법적조치

by 민들레 posted Dec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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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사기 중 하나다." 미국 검찰과 금융당국이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간 세계 3대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거액의 배상금은 물론, 사기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115년형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바하마 검찰에 체포된 뱅크먼-프리드는 조만간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공소장을 통해 뱅크먼-프리드에게 형법상 사기,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자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13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서 뱅크먼-프리드가 2019년부터 FTX고객들을 속여 고객들의 돈을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리고 회사 채무와 지출을 갚는 데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정 상태와 관련해 대출기관에 허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기를 공모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뱅크먼-프리드는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낼 때도 고객과 투자자들의 돈을 사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이용하기도 하는 등 불법 기부 혐의도 확인됐다.

FTX 붕괴를 수사해 온 데미안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사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고객에게서 훔친 더러운 돈이 부자들의 기부금으로 위장돼 초당적 영향력을 돈으로 사고 워싱턴 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려는 뱅크먼-프리드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뱅크먼-프리드에게 제기된 혐의가 "FTX의 붕괴에 여파를 미친 일련의 사기"라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사기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공소 사실이 인정될 경우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최대 115년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이 사태에 이르렀다며, 실수일 뿐 결코 사기를 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해왔다. 형사 책임과 관련해서도 부인해왔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관련 업계에서는 수십년의 징역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뱅크먼-프리드는 현재 미국 금융규제당국의 민사 소송에도 직면한 상태다.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투자자 사기 혐의로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 5월부터 FTX 주식 투자자들로부터 18억달러(약 2조3364억원)를 조달해 이를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린 후, 미공개 벤처 투자, 호화 부동산 구매, 거액의 정치기부 등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SEC는 뱅크먼-프리드가 이처럼 투자자들을 속여온 것이 수년간의 계획된 사기 음모라고 판단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수십억달러의 고객 자금을 투기적 벤처 투자에 매몰시키는 동안 뱅크먼-프리드의 ‘카드로 지은 집’(성공할 가망이 거의 없는 계획)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뱅크먼-프리드, FTX, 알라메다 리서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파생상품을 감독하는 CFTC는 뱅크먼-프리드가 알라메다로부터 수억 달러를 빌려 부동산 구매와 정치 헌금 등에 사용해 연방 상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바하마 규제 당국이 미 델러웨어주 파산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FTX가 바하마에서 사들인 부동산은 35곳으로, 전체 규모는 2억5630만 달러(3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바하마는 FTX 본사가 있는 곳으로, 바하마 규제 당국은 미국 검찰 및 금융당국과 별도로 FTX 파산을 수사해 왔다.
 

데미안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이 13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FTX 창업주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공소장을 공개한 후 조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FTX의 새 CEO인 존 J.레이3세는 이날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FTX 붕괴 원인에 관한 청문회에 참석해 "그저 평범하고 오래된 횡령"이라고 이번 FTX붕괴 사태를 정의했다.

과거 엔론의 파산절차를 성공적으로 이끈 대표 구조조정 전문가인 레이 CEO는 이번 사태가 "역사상 가장 큰 기업 사기 중 하나"인 이유를 묻는 말에 "FTX는 어떤 기록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비정상적"이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모든 손실을 복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FTX 고객들이 투자금을 완전히 회수하긴 어렵다고 확인했다. 당초 뱅크먼-프리드는 이날 청문회에서 원격으로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체포로 무산됐다.

전날 바하마에서 체포된 뱅크먼-프리드는 수도 나소의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이날 현지 법인에서 기소인정 여부 절차를 진행했다. 이어 그는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뱅크먼-프리드측 변호인단은 이날 성명해서 "법무팀과 함께 모든 혐의를 검토 중이며, 모든 법적 옵션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