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훈련 중 저격용 총인 바렛 라이플로 186m 떨어진 목표물 세 개를 정확히 명중시켰다. 24세 여성인 그의 전투명은 '술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될 특수부대 여성 저격수 중 한 명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저격수로 선발돼 참전을 앞두고 있는 여성 술탄·피닉스·옥사나를 만났다.
최근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저격수로 선발된 여성들. 지원자 90명 가운데 최종 5명이 선발됐는데 이 중 3명이 여성이었다. 사진 이코노미스트 트위터 캡처
이번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저격수 선발엔 총 90명이 지원해 5명이 최종 선발됐는데 3명이 여성이고, 2명이 남성이었다. 저격수의 통상 훈련 기간은 1년 반이지만, 전쟁 상황인 요즘은 훈련 몇 주 만에 전장에 배치된다고 한다. 이미 여성 저격수 수십 명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활약 중이라고 한다.
여성 저격수들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전쟁에 임하고 있다.
술탄과 피닉스는 자녀와 남편을 두고 전장에 홀로 왔다. 술탄은 "딸의 또래 세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미친 세상을 상대할 필요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닉스는 "결코 쉬운 삶을 추구한 적 없다"면서 "어려움이 무엇이든 우리 존재 이유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사나는 "만약 여성 저격수가 러시아군에 붙잡히면 강간과 고문을 당하고 처형될 것"이라며 "저격수는 항상 수류탄으로 자폭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전쟁이 났을 때, 어머니가 유럽으로 가라고 내게 돈을 줬다"며 "지금 어머니는 딸이 군대에 있는 것조차 모를 것"이라고 털어놨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복무 중인 여군은 최소 3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최소 5000명 이상이 전장 최일선에 투입돼 있다. 이외에도 의무병·취사병·통신병 등도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선 2018년부터 여성의 군 복무에 대한 일부 법적 제한이 폐지돼 여성도 전투직군 배치가 가능해졌다.
처음엔 여성 저격수 육성에 회의적이었던 군 관계자들도 이젠 "여성은 민첩해서 빨리 이동할 수 있고 인내심이 있다"고 호평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저격수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지난 4월 데일리메일은 해병대 출신의 우크라이나 여성 저격수 '차콜'(전투명)이 현대판 '죽음의 숙녀'로 불리며 우크라이나에서 새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차콜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싸우다가 지난 1월 전역했지만 한 달 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재입대했다.
해병대 출신의 우크라이나 여성 저격수 '차콜'(전투명, 사진)이 현대판 '죽음의 숙녀'로 불리며 우크라이나에서 새 영웅으로 떠올랐다. 사진 트위터 캡처
'죽음의 숙녀'는 2차 대전 중이던 1941년에 자원 입대해 309명의 독일군을 사살한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의 별명이다.
당초 군에선 간호병을 제안했지만 그는 사격 훈련을 받은 수료증을 보이며 소총부대를 자원했다고 한다. 그의 일대기는 영화 '1941: 세바스토폴 상륙작전'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2차 대전 중이던 1941년에 자원입대해 309명의 독일군을 사살하는 성과를 거둔 우크라이나 여성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사진)는 '죽음의 숙녀'로 불렸다. 사진 트위터 캡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