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중국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을 경계하면서 느슨해진 방역 고삐를 바짝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 "중국에서 왔다고요?" … 5명에 1명꼴로 코로나 19 감염
우리나라도 방역 문턱을 높였습니다.
지난 2일부터 중국에서 입국하는 단기 체류 외국인은 즉시 공항검사센터에서 PCR 검사를 받은 뒤 별도의 공간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도록 했습니다. 오늘(5일)부터는 중국 현지에서 국내로 출발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는 모든 내·외국인에 대해 항공기 탑승 시 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 제출도 의무화됩니다.
3일 기준으로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입국자 1,137명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서 검사를 받은
중국발 단기 체류자는 281명입니다. 이들 중 4명에 1명꼴인 73명이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우리나라 방역 조치가 강화된 이틀 동안 검사를 받은 590명 중 확진된 이들은 136명, 누적 양성률은 22.7%입니다. 5명 중 1명 이상은 코로나 19에 감염된 겁니다.
여기에 보건소에서 검사받은 장기 체류자 결과까지 통계에 포함되면 전체 중국발 해외유입 확진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중대본은 지난주 해외유입 확진자 중 중국발 입국자는 3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습니다.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40대 중국인 1명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격리를 거부하고 도주한 겁니다. 경찰은 중국인 A 씨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AFP·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14개 이상의 나라가 중국발 입국자 대상 방역을 강화했습니다. 이탈리아와 호주, 캐나다, 영국, 프랑스도 중국에서 온 외국인 또는 입국자 전원에게 항공기 탑승 전 코로나 19 검사 음성 결과 제출을 의무화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인도, 대만은 앞선 나라들보다 빠르게 방역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모로코는 국적을 불문하고 중국발 입국 자체를 전면 차단하는 가장 강력한 조처를 했습니다. 유럽연합 EU는 현지 시각으로 4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공동 방역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도 열었습니다.
■ " 상하이 주민 70%, 베이징 주민 80%가 이미 코로나19 감염돼"
물론 중국의 전문가들도 자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심각하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상하이 교통대 의과대 부속 루이진 병원 천얼전 부원장은 지난 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전염병이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이미 상하이 인구의 70%가 감염됐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상하이의 인구가 약 2,500만 명, 70%는 1,750만 명에 달합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쩡광 전 중국 국가질병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 과학자가 베이징의 코로나 19 감염자 비율이 이미 80%를 넘겼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국 SNS 웨이보에는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확진됐다는 글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자신이 사는 동네와 회사도 코로나 19 확산으로 혼돈에 빠졌다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 중국인들이 몰려 온다 … "방콕, 도쿄, 서울로 떠나요"
하지만 이미 시작된 중국 정부의 방역 완화와 자국민 해외여행 완화 조치 발표까지 더해져서 중국인들의 해외 호텔 예약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21일부터 시작될 춘제 연휴 기간 중국 여행 사이트의 해외 호텔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배 정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텔 예약 상위권에 이름 올린 도시는 방콕, 도쿄, 오사카,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서울, 두바이 등으로 대체로 아시아에 집중됐습니다. 예약자가 몰리면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해외 호텔의 숙박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껑충 뛰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 19 유입을 막는 조치로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하게 된 겁니다.
1월 3일 정례브리핑 :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전염병 예방 및 통제 조치 조작 반대
■ "과도한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 … "NO 중국? 우리도 NO 한국"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각국의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국가가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과도한 관행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러한 조치들이 '정치적 목적'을 가졌다고 비난하며 "상황에 따라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방역 강화 조치를 이해한다는 중국인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분위기는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혐오라는 주장이 지배적입니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NO 중국'에 반발해 'NO 한국', '한국에 가지 말고 한국 물건도 사지 말자'는 한국 제품 불매 운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 19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중국에 대한 전 세계 방역 강화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