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한 전면 해제를 앞두고 있는 중국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감염으로 면역력을 얻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를 차질 없이 즐기겠다는 의도에서다. 한편에서는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유명인들이 속출하면서 중국의 코로나19 사망 통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한 영국 분석업체는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하루 1만 6600명으로 추정하며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일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 응급병동 복도에서 환자들이 정맥주사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 여성이 들것에 누워있는 연로한 친척을 돌보고 있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환자들은 들것에 누워있는가하면 산소를 흡입하거나 휠체어에 앉아있다. AP연합뉴스
‘물백신’ 접종률 낮은 중국…춘제 연휴 앞두고 젊은층 ‘자발적 감염’ 잇따라
영국 BBC는 6일 코로나19에 자발적으로 감염되는 젊은이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A(27)씨는 방송에 "휴가 계획을 바꾸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도적으로 노출됐다"며 "근육통이 생각보다 심했지만 대부분의 증상은 예상대로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하이 거주자 B(26)씨도 "코로나19에 감염되려고 양성 반응이 나온 친구네 집을 방문했다"며 "(코로나19 증상이) 감기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훨씬 아팠다"고 전했다.
'자발적 감염' 움직임은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가 목전으로 다가온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 종식으로 약 3년 만에 춘제 연휴에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보복성 귀향과 여행이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통운수부 과학연구원 저우젠 부주임은 이달 7일부터 2월 15일까지 40일로 예정돼 있는 춘제 특별수송기간 동안 약 20억 950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군다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이 감염 예방률이 50%에 불과한 자국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고집하는 탓에 백신 접종률도 낮은 상황이다. 결국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제약 없이 연휴를 보내고 싶은 젊은층이 스스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고육지책을 강구해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3일 중국 남서부 충칭의 한 인민병원 로비에 마련된 병상에 환자들이 누워있다. AFP연합뉴스
유명인 사망 속출에 당국 향한 의심·불만 고조…"얼마나 많이 죽는지 알아야"
한편 영국 가디언은 "중국 유명인 중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코로나19 사망자 숫자가 당국이 발표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최장수 드라마 '타지에서 온 새댁, 현지 신랑'에 출연한 유명 배우 궁진탕(83), 영화 '홍등' 각본가 니전(84),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공연한 경극배우 추란란(40), 전 축구선수 왕루오지(37) 등 유명인들의 사망 소식이 잇따랐다. 북경 칭화대와 페킹대 학생들이 집계 중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최소 16명의 저명 과학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 중 축구선수 왕루오지를 제외하면 사인을 코로나19라고 발표한 경우는 거의 없지만, 유명인들의 잇따른 죽음이 지닌 파급력으로 인해 당국의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 대한 불신도 커지는 형국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중국 당국의 통계를 의심하고 비판하는 의견들을 표명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막대한 사망을 초래하지는 않았다"는 중국 보건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웨이보 게시물 해시태그는 현재까지 22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 네티즌은 해당 글에 댓글을 남겨 "땅 위의 개미들을 볼 수 없는 윗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죽었는지 봐 달라고 간청한다"며 "나라에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영국 보건데이터 분석업체 에어피니티가 6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코로나19 신규발생 및 일일 사망자 추정치를 공개하고 있다. 에어피니티 홈페이지
中은 하루 한자릿수 죽는다는데…분석업체는 하루 1만 6600명 사망 추정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연구기관들에서도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4일 WHO는 중국이 ‘코로나19 양성 판정과 호흡부전을 겪다 숨진 경우’로 좁게 정의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과소 집계된다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보건데이터 분석업체 에어피니티는 6일 홈페이지에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하루에 1만 66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직전 발표에서는 사망자를 9000명 수준으로 예측했는데 약 일주일 만에 84%나 증가한 것이다. 에어피니티는 중국의 최근 지역별 코로나19 발생 통계에 대만·일본의 방역 해제 후 코로나19 확산 통계를 적용해 일일 감염 수와 사망자 수를 추정하고 있다. 반면 중국 당국은 지난달 말 코로나19 관련 통계 발표를 대거 축소한 이후 최근 하루 한 자릿수의 사망자만을 보고하고 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