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이런 걸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OTT 넷플릭스야.”
이렇게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3월까지 기다리라니 참 잔인하다.
지난 11일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8248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공개 후 단 3일 만에 254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3위에 오른 ‘더 글로리’는 2주째 누적 1억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더 글로리’는 공개 전부터 ‘태양의 후예’ 이후 재회한 김은숙 작가와 배우 송혜교가 첫 장르물이자 복수극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비밀의 숲’ ‘왓쳐’ 등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이 의기투합해 기대감을 높였다.
기대에 부응하듯 ‘더 글로리’는 공개 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시청자들이 극 중 임팩트 있는 대사들을 패러디하는가 하면, 태국에서는 ‘더 글로리’의 인기에 과거 학교 폭력 의혹이 재점화된 배우가 SNS에 “나는 남은 생 동안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결코 내 자신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극 중 학교 폭력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은 ‘멜로퀸’ 송혜교의 변신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그동안 로맨스 장르에서 존재감을 뽐냈던 그가 “그건 너무 페어플레이 같은데요?”라고 말하거나, 성인이 된 후 재회한 박연진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넌 죽으면 천국 갈 거야. 사는 동안 지옥일 거니까” 등 건조하고 서늘한 얼굴로 복수를 진행해가는 모습은 문동은 그 자체였다.
송혜교뿐일까. 문동은의 고등학교 시절을 연기한 정지소와 가해자 박연진 역의 고등학교 시절은 연기한 신예은은 완벽한 열연으로 임팩트를 남겼고, 임지연 박성훈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도 악역으로 변신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명랑한 가정 폭력 피해자를 연기한 강현남 역의 염혜란, “칼춤 추는 망나니”를 자처한 주여정 역의 이도현, 송혜교와 사극 케미를 보여준 하도영 역의 정성일까지, 배우들의 열연도 ‘더 글로리’를 보는 재미를 높였다.
‘더 글로리’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런 걸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스튜어디스 혜정아” “신이 널 도우면 형벌 날 도우면 천벌” 등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매력이 녹아든 대사들과 바둑 나팔꽃의 상징도 빼놓을 수 없다.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입장을 많이 지키려고 했다. 캐릭터들의 서사가 굉장히 깊고 감정선들이 명확했기 때문에 이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잘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안길호 감독의 사실적인 연출도 이 복수극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시즌1에서는 문동은이 조력자 강현남과 주여정을 만나게 되는 과정, 그리고 가해자인 박연진 전재준 이사라 최혜정 손명오를 향해 어떻게 복수의 칼날을 겨누는지, 어떻게 판을 만들어가는지를 고요하고 차분하게 그려내며 복수극의 서막을 열었다.
아울러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인 학교 폭력과 피해자들의 연대를 담아 다시 한번 곱씹게 했다. 세월이 흘러도 발작처럼 찾아오는 아픔을 안고 살아야 하는 문동은의 모습과 어른들에게 외면받고 사적 복수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문동은의 삶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한 것.
그렇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인 ‘더 글로리’는 오는 3월 시즌2를 공개한다.
김은숙 작가는 코멘터리 영상에서 “파트 2는 지금까지 엮어놓은 모든 관계들이 눈덩이처럼 굴러간다. 보시는 시원한 재미 그런 게 있다”며 더욱 흥미로운 시즌2를 예고했다.
이도현 역시 “파트1에서는 동은이가 직접 나서서 판을 짰다면 파트2에서는 판 안에서 짜여진 말들이 자기들끼리 균열이 일어나고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을 보며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한편의 궁금증이 생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봄에 다시 돌아올 ‘더 글로리’ 시즌2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