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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YTN에 출연해 "직원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이여영씨. 그는 이후 임금체불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실형 선고를 받았다. /YTN


“각종 범죄로 친권·양육권을 빼앗긴 여자가 애들을 강제로 데려가 안 돌려주고, 위조 서류를 제출해 애들 명의 여권까지 발급 받았습니다. 명백한 범죄인데 경찰은 검찰 재수사 지시까지 받고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합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정식당’을 운영하는 셰프 임정식(45)씨는 지난 3일 김포공항 출국장 앞에서 꼭두 새벽부터 야밤까지 우두커니 서 있었다. 혹시나 전 부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평소 자주 가던 일본으로 도피, 아이들을 영영 못 보게될까 두려운 마음에서였다. 임씨 전 부인은 한때 막걸리집 ‘월향‘을 운영했던 이여영(42)씨. 지금은 임금체불과 직원 4대보험금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 여러 형사 사건에서 유죄를 확정 판결받은 상태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스타커플’의 결혼… 아내는 몰래 수십억원을 빼돌렸다


임씨와 이씨는 2014년 결혼했다. 미쉐린 2스타 음식점 ‘정식당’을 운영하는 임씨와, 막걸리 주점 체인인 ‘월향’을 운영하며 미디어에 ‘미모 CEO’로 소개됐던 이씨의 결혼은 요식업계에서 ‘스타 커플의 결혼’으로 통했다.

두 사람은 2017년 ‘맛있는사람들’이란 법인을 차리고 공동대표가 됐다. 이후 2년 반 동안, 이 법인에선 138차례에 걸쳐 총 28억5400만원이 이씨의 개인 계좌와 월향 계좌로 넘어갔다. 이씨는 외부에서 돈을 빌리면서 공동대표인 남편 모르게 맛있는사람들 법인 매출을 담보로 제공했고, 남편 인감도장도 무단으로 가져다 썼다. 이씨는 임씨와 함께 차린 법인 외 남편의 개인업장인 정식당에서도 10억원 넘는 돈을 자신의 계좌나 월향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이씨가 월향의 지점 숫자를 급격히 늘리던 시기였다. 남편 임씨는 이러한 돈의 흐름을 눈치채지 못했다. 임씨는 “가족이고 배우자이다 보니 전적으로 믿었다”며 “모든 회계업무가 월향에서 이뤄졌고, 계약서 내용이나 계좌를 보여 달라고 할 때마다 다툼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러다가 결국 일이 터졌다. 월향에서 이씨의 대규모 임금체불과 직원들 몫의 4대 보험금 횡령 사건이 벌어졌고, 임씨도 공동의 재산을 아내가 허락도 없이 인감 도용까지 해가며 가져다 쓴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법원, 이례적으로 친권·양육권 모두 아빠에게만


계좌를 보여 달라고 하면 화를 내고, 조작된 계좌를 보여주기까지 하는 이씨를 보며 임씨는 결국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임씨는 이씨를 2020년 2월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이씨는 4월 임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했다.

2021년 10월 이혼 소송 1심 결과가 나왔다. 임씨의 승리였다. 특히 친권과 양육권이 모두 임씨에게 갔다. 가정법원은 이혼 소송이 벌어지면 보통 부모 각각에게 아이의 친권을 인정하는데, 이런 관례와 달리 이씨는 친권을 아예 인정 받지 못했다. 이 판결은 지난달 16일 나온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임 셰프에 따르면 이 소송은 이씨가 제기했지만, 귀책 사유는 대부분 이씨의 문제로 결론났다. 이씨가 임 셰프의 돈 수십억원을 사업자금으로 끌어 쓰다 문제가 터지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 보단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과 임금체불로 한 차례 구속됐던 일, 이로 인해 계속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등이 판결문의 혼인 파탄 사유로 적혔다고 한다.
 

현실서 판결문은 휴지조각… 경찰 “우린 몰라”


이혼 소송 1심에서 이씨가 받은 건 한 달에 2번 주어지는 2박3일 면접교섭권이 전부였다. 2심에선 이마저도 1박2일로 줄여버렸다. 소송 도중이던 지난해 3월부터 이씨는 면접 교섭으로 아이들을 데려간 뒤 돌려 보내지 않았고, 이를 재판부가 부정적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임씨는 이씨가 계속 아이들을 돌려 보내지 않자 지난해 4월 미성년자 약취(略取) 혐의로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산하 파출소를 찾아 아이들을 데려오는데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형법 제287조는 ‘미성년자를 약취(略取) 또는 유인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모라도 약취·유인 죄가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엔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 더욱이 이씨는 법원에서 친권·양육권을 아예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나서지 않았다. 당시 경찰관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도와주겠다”했다. 결국 임씨는 석 달쯤 지나, 하루종일 어린이집 앞을 지킨 끝에 가까스로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지난해 3월 면접교섭권을 이유로 아이들을 데려갔다가 돌려보내지 않은 이여영씨가 면접 교섭을 거부하는 임정식씨에게 또 다시 면접 교섭을 부탁하며 지난해 5월24일 작성했던 각서. 하지만 이씨는 8월 아이들을 데려간 뒤 돌려 보내지 않고 있다.


이씨는 또 다시 “아이들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임씨를 찾아왔다. 임씨는 이씨로부터 “교섭 실행 중 이유를 불문하고 교섭 일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더 이상 면접 교섭권을 주장하지 않고 임정식이 본인의 면접 교섭 행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에 동의합니다”라는 각서를 받고 나서야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던 작년 8월 아이들을 데려간 이씨는 아이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임씨의 연락도 받지 않기 시작했다. 임씨가 아이들을 본 건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임씨가 아이들을 보게 된 곳은 인터넷에서였다. 이씨는 아이들을 자신이 떼어온 상품의 인스타 광고 모델로 활용하며 사진과 영상을 찍어 대중에 노출하고 있었다. 이씨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늦은 밤까지 새로 차린 술집을 운영하면서 낮에는 과일과 프로폴리스 등을 떼어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또 다시 서대문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경찰은 또 다시 아이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있는 이씨를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보냈다. 이를 받아본 검찰은 재수사를 명령했다.

그러던 작년 12월, 마침내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씨의 친권·양육권만 인정한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임씨는 판결문을 들고 경찰서를 찾아갔다. 이때 경찰은 이미 검찰로부터 ‘재수사’를 지시받은 상태였음에도, 과거 임씨에게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도와주겠다”고 했던 말을 바꿔 이번엔 “유아인도소송을 제기한 뒤 데려오라”고 했다.

서대문경찰서는 이 같은 사건 처리에 관한 조선닷컴 취재에 “당사자 아니면 사건 내용을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조선닷컴은 이씨의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이 없었다.
 

행정 처리에 걸리는 시간 이용한 이여영의 황당한 여권발급


대법원 판결로부터 열흘 뒤, 두 아이 명의(名義) 여권이 발급됐다. 관공서에 접수된 여권 발급 신청자는 임씨와 이씨. 하지만 임씨는 “여권 발급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대법원은 이여영씨와 임정식씨의 이혼을 최종 확정했다. 이씨는 이 소송으로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이씨는 확정 판결이 있은 지 5일 뒤인 지난달 21일 자신이 친권자인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전 남편이 동의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법적으로 '타인'이 된 아이들의 여권을 발급 받았다. 이혼의 효력은 판결 직후 발생한다.

 

임씨가 신청서를 요청해 받아보니, 신청서엔 친권이 없는 이씨가 ‘법적대리인(모)’로 적혀 있었고, 임씨도 법적대리인으로 적혀 있었다. 이혼 효력은 판결 직후 발생하지만, 친권을 상실한 사람의 법적대리인 자격을 박탈하는 행정 처리에 2주 정도 걸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날부터 임씨는 ‘이씨가 애들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 영영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임씨는 이씨를 또 다시 문서 위조 및 행사죄로 고소할 예정이다. 임씨는 “범죄 행위 등으로 친권·양육권을 빼앗긴 사람이 이혼 직후 타인이 된 아이들의 여권을 만든 이 상황이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며 “국가는 아이들을 볼모로 잡은 범법자의 범죄 행위를 지켜만 보고, 사각지대도 방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임씨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이씨를 고소한 사건을 혐의 없음 처분했다. 부부라는 이유가 컸다. 지난해 7월 서울서부지검은 이씨를 불기소 처분하며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안 됐지만 이씨와 임씨는 부부사이일뿐만 아니라, 이씨가 불법 의사로 횡령 의도를 가지고 공동법인에서 수십억원을 자신의 계좌나 월향 계좌로 이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임씨 측은 “그렇다 하더라도 공동법인이 아닌 임씨의 개인업장인 정식당에서 이씨나 월향 계좌로 이체된 금액에 대해선 횡령이 성립하며, 이씨가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조작된 계좌내역을 임씨에게 보여줬기 때문에 범의가 명백하게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가족이란 이름 아래 죄가 없다고 했다. 불기소 이유서엔 “당시 둘은 부부 사이로 형면제사유에 해당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적혔다. 이에 임씨 측은 즉시 항고했고, 서울고검은 현재 이를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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