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AP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국가부채 한도 상향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국가부채가 19일(현지시간) 한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정부 지출 삭감을 부채 한도 상향의 조건으로 내걸었고 백악관과 민주당은 제때 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 및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강조하면서 조건 없는 인상 방침으로 맞서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케빈 메카시 하원 의장은 1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부채 한도 문제와 관련, "모든 정부는 예산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그런데 백악관이 1페니의 낭비도 찾을 수 없다(며 지출 삭감에 반대하는)는 것은 우리를 파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오늘 우리의 행동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국민을 위해 마주 앉아 이야기하자"며 담판을 요구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제임스 코머 하원의원도 CNN 방송에 출연해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정부 지출을 삭감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선출됐다"면서 "공화당은 정부 지출과 관련해 의미 있는 개혁 조치를 보기 전까지는 (국가 부채 관련해)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점을 (백악관과 민주당은)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이런 입장은 국가부채 한도 상향과 정부 지출 삭감을 연계해서 처리하겠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역대 정부에서 부채 한도는 초당적으로 조정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건없는 상향을 요구한 상태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과거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해온 바 있다"면서 "의회는 조건 없이 국가부채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 칸나(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이날 CNN에서 "국방 예산 감축 등 미래 지출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면 그것은 적법하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빚을 갚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지출 삭감 문제는 예산 협상 때 논의해야 할 사안이며 국가 부채 문제는 별도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상·하원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오는 19일에 미국의 국가부채가 법정 한도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의회에 한도 상향 내지 한도 적용 유예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부채 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이다. 만약 미국의 총부채가 한도에 도달하고 의회가 이를 늘리지 않아 추가적인 차입이 불가능해질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재무부는 자구책 성격의 특별 조치를 통해 최소한 6월 초까지는 디폴트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가 국가부채 한도 상향에 실패할 경우 실제 디폴트는 3분기 초반에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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