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가우초 / AFP=연합뉴스
남미 남부의 주요국이 한여름에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강수량 부족이 옥수수와 콩 등 작물의 수확 감소로 이어지면서,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남미 남부 가뭄정보시스템(SISSA)의 16일(현지 시각) 데이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북부 ▲칠레 중부 ▲우루과이 전역 ▲브라질 ▲볼리비아가 ‘극심한 가뭄’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등지는 극도의 건조한 상태를 의미하는 ‘비정상 가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SISSA는 위성 데이터와 현장 관측 강우량 등을 토대로 ‘비정상-극심-심각-주의-보통-가물지 않음’ 등 6단계로 안내하고 있다. 이들 지역 강우량은 대부분 60일 넘게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SISSA는 관련 보고서에서 “라니냐 현상이 지속되면서 남아메리카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치는 건조한 날씨가 기록되고 있다”며 “심각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국가적 조처와 학제 간 정보 교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라니냐는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인데, 라니냐가 발생하면 인도네시아와 서태평양에는 극심한 장마를 가져오는 반면 북미 북부에는 강추위, 남미 지역에는 심한 가뭄이 나타난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경우 전체 국토 면적(278만㎢)의 절반에 육박하는 136만4749㎢가 가뭄 영향권인 것으로 SISSA는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이 때문에 2022∼2023년 밀 수확량이 지난 수확 시기의 절반에 불과한 1150만∼1340만t 사이에 머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밀 외에도 콩(대두), 옥수수, 해바라기 씨 등 작황 역시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남미 경제 전문 일간지 엘피난시에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곡물 거래소(BCBA)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대두 수확 규모는 애초 예상보다 11.7%포인트, 옥수수의 경우 7.7%포인트 각각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부가 이에 따른 전체 손실액을 23억 달러(2조8500억원)에서 최대 29억 달러(3조59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클라린은 “아르헨티나의 극심한 가뭄과 브라질에서의 수확 지연으로 대두와 옥수수 가격이 압박을 받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브라질에서 사상 최대 대두 생산이 예상되는 만큼 급격한 가격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대체 수원지 개발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소고기와 대두, 유제품이 전체 수출액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우루과이 역시 4월까지 ‘농업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목초지 확보 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