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정부의 연금 개혁안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젊은이가 확성기를 사용에 구호를 외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프랑스 시민 100만여명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와 파업에 참여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안이 시민들의 반대를 꺾고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9일(현지시각) 프랑스 수도 파리를 비롯한 전국의 도시 200여곳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와 24시간 파업이 진행됐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전국에서동시 진행된 시위에 112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그보다 많은 200만명이 거리로 나섰다며 맞섰다. 수도 파리 시위엔 약 8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과정에서 30여명이 불법 무기 등을 소지·사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번 파업에 상당수의 대중교통 노동자들과 교사들이 참여하며 열차·지하철·버스 등이 멈추고 학교가 문을 닫았다. 초고속 열차 테제베(TGV)는 지역에 따라 평소의 5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 중소 도시를 연결하는 일반 기차(TER)는 10개 노선 중 1개만 운행했다. 일부 국제 열차는 취소됐고, 파리 내 지하철·버스·트램 등도 축소 운영됐다. 파리에서 두 번째로 큰 오를리 공항에선 파업의 영향으로 항공편 5대 가운데 1대가 취소됐다.
프랑스 당국은 초등 교사의 40%, 중등 교사의 30% 정도가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견줘 노동계는 초등 교사의 70%, 중등 교사의 65%가 파업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공영 라디오·텔레비전 방송 역시 파업의 영향을 받았고, 일부 극장과 박물관도 문을 닫았다.
이날 시위에는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고등학생들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 상대적으로 젊은 이들이 자체적으로 시위를 조직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선 10일 정년을 현행 62살에서 64살로 늦추는 내용을 뼈대로 한 연금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안이 확정되면, 9월부터 프랑스 시민이 연금을 받는 나이는 해마다 석 달씩 뒤로 늦춰져 2030년엔 64살이 된다. 정부는 23일 연금 개혁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하고, 30일 하원 상임위원회를 거쳐 내달 6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 여당 르네상스가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해 이 안이 통과되려면, 우파인 공화당의 지지가 절실하다. 하지만, 좌파인 사회당은 물론 극우 정당까지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업체(IFOP)가 이번주 연금 개혁안을 두고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시민 68%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연금 관련 공적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7%)을 크게 웃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정년을 늘려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 개혁안이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노동을 시작하는 저숙련 노동자와 저소득층에게 차별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은 이달 31일 또 대규모 시위 및 파업을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바르셀로나에서 연금 개혁이 “정당하고, 책임감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도 트위터에 “시위가 좋은 환경 속에서 열릴 수 있게 한 노조와 경찰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민주주의에서 의견 표명은 필수적이다. 계속 토론하고 설득하자”라고 적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