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의 진주’로 불리는 도시
러시아도 세계유산협약 가입국
오데사 공격하면 국제법 위반
지난해 10월의 오데사 시티가든 -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시티가든에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오데사는 풍광이 아름다워 ‘흑해의 진주’로 불리는 도시다. 이곳 도심의 시티가든은 19세기 초 정취를 간직한 명소로 꼽힌다. /AFP 연합뉴스
유네스코(UNESCO)가 2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남부의 유서 깊은 항구 도시 오데사를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흑해의 진주’로 불리는 오데사의 옛 시가지와 유명 건축물, 문화 명소 등을 러시아의 공격에서 보호하려는 조치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전체 해상 물동량의 약 60%를 처리하는 최대 항구로, 개전 이후 러시아군의 지속적 폭격을 받아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날 파리 본부에서 제18차 특별회의를 열고 찬성 6표, 반대 1표, 기권 14표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은 전쟁이나 테러, 자연재해 등으로 파괴되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한 유산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기권한 14국은 오데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에 대해 “서방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고 불만을 제기한 러시아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날 “오데사는 영화·문학·예술에 많은 흔적을 남긴 세계적 도시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이 도시가 전쟁으로 인해 더는 파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인류 공동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는 오데사의 유산을 보호하거나 복구가 필요할 때 국제사회로부터 한층 강화된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유네스코는 설명했다.
2023년 1월 23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오페라하우스 극장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협약은 ‘조약 당사국은 세계 유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어떠한 의도적 조치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를 포함해 194국이 이 조약에 가입했다. 앞으로 러시아가 오데사를 폭격하거나 공격하면 국제법 위반이 된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10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오데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공식화하자 바로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등재가 확정된 뒤 “이번 조치는 우리가 오데사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러시아는 테러와 공격 외에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외무부 논평을 통해 “공평성을 잃은 사무국의 노골적 지원으로 전문적인 평가 없이 정치적 동기로 결정이 이뤄졌다”며 유네스코 측을 비난했다.
오데사는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식민 도시로 처음 역사에 등장해 18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 시절 흑해 연안의 중심 도시로 발전했다. 네오 바로크, 아르누보 등 고전미와 근대적 양식이 어우러진 19세기 중·후반 건축물로 유명하다. 오데사는 러시아 혁명을 예견한 1905년 ‘전함 포템킨’ 반란 사건의 배경이기도 하다. 같은 이름의 1925년 작 영화에 ‘포템킨 계단’ 등 도시의 여러 명소가 등장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