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도심 내에서 고래고기가 자판기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24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위치한 회사 '교도센바쿠'(共同船舶)가 지난달 냉동 고래고기를 판매하는 자판기를 도쿄와 다른 지역에 총 4대 설치하고 본격 판매에 나섰습니다.
이 자판기에는 주로 일본에서 잡힌 고래 회, 고래 스테이크, 고래 베이컨 등 냉동 고래고기를 비롯해 캔 통조림, 조리된 고기 등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격은 1천~3천엔(한화로 9,500원~2만 9천 원) 수준입니다.
▲ 자판기에서 나온 '냉동 고래 베이컨'
히데키 도코로 교도센바쿠 사장은 "포경에 반대하는 단체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어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팔지 않지만, 고래고기를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도쿄에 2개 매장을 설립했고 다음 달에는 오사카에 네 번째 매장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후로도 판매가 잘 되면 향후 5년간 100대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전했습니다.
또 전 세계의 포경 산업을 지지하기 위해 내달부터 연간 긴수염고래 3천 톤(t)을 아이슬란드에서 수입할 계획입니다.
현지 "고유 식문화 지키기 위함" vs. 외신 "포경 매출 올리려는 술책"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IWC, 고래 보호를 감독하는 국제기구)를 탈퇴한 지 올해로 5년째.
현재 고래잡이가 합법인 일본이지만, 1960년대 고래고기 연간 소비가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왔습니다. 소고기 등 다른 대체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닭고기 소비량은 260만 톤(t), 쇠고기는 127만 톤(t)인 반면 고래고기는 총 1,000톤(t)에 불과했습니다.
▲ 2019년 7월 1일 IWC 탈퇴 후 일본에서 처음으로 포획된 고래.
그럼에도 일본은 오랫동안 하락세를 보인 고래잡이 산업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2020년에는 포경 산업에 약 611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으며, 학교 급식 반찬으로 고래고기를 제공하거나, 관련 레시피나 음식점을 소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고래고기 소비 확대를 위한 노력이 계속됐습니다.
최근에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한 팩으로 간편하게 고래고기를 뽑아 먹을 수 있는 자판기까지 등판했습니다.
▲ 고래고기 자판기
현지 언론에서는 해당 자판기 설치에 대해 "전통적인 포경산업을 지키기 위함"이라며 "고유의 식문화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우선 국내 소비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이 같은 일본의 움직임에 "쇠퇴해 가는 포경업계의 발악적인 판매 술책"이라며 우려 섞인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50년간 일본에서 고래고기 소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업계가 포경산업 유지를 위한 사업 모델을 정부에 보여주고자 노력해 온 것"이라며 "일본 내 관련 업계가 소비를 활성화해 수입량을 늘리려는 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고래 보호단체 WDC(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 활동가 카트린 매티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고래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며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고래 고기 섭취를) 어떻게 전국적인 문화라고 부를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SBS